성소수자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공주’가 동성애자가 종교의 힘을 빌어 이성애자가 됐다는 기괴하고 몰상식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는 지난 3일 방송된 137회에서 동성애자였던 나타샤(송원근 분)가 어떻게 이성애자가 됐는지에 대해 자랑스러운 듯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나타샤는 남성을 사랑하는 인물이었지만, 몇 달 만에 나타난 후 여자가 예뻐 보인다는 이성애자 선언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동안 동성애자들을 희화해서 논란이 일었던 이 드라마가 과연 갑작스런 이성애자 전환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우려스러웠던 상황.

동성애자가 하루아침에 이성애자가 된다는 설정 자체도 몰상식하다는 지적이 거셌지만, 137회를 통해 어떻게 이성애자가 됐는지에 대한 과정은 몰상식을 넘어 성소수자들에 대한 모독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이날 나타샤는 “절에서 하루에 1000배씩 했다. 정말 힘들다. 두 달 했는데 남자들이 눈에 안 들어왔다. 10만배 넘어가니깐 여자들이 예뻐 보이더라”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했다. 이어 그는 “내가 온전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자신감인지 어느 여자든 딱 찍으면 넘어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중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박사공(김정도 분) 일행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시청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은 “절을 해서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면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은 뭐가 되나”, “성정체성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불편하다”, “108배 10만번 하면 로또도 당첨 되겠다”, “아무데나 불교를 갖다 붙이지 마라. 불교 신자로서 기분이 나쁘다”, “외국인이 볼까봐 창피하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사실 ‘오로라공주’는 그동안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어이 없는 설정으로 비난을 받으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들이 욕하면서 보는 시청 습관을 만들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허나, 사회적인 약자로 불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희화화는 물론이고 종교를 통해 성정체성 전환이 가능하다는 몰상식한 시선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대체로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어느 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이번 나타샤의 이성애자 선언과 그 배경에 대한 임성한 작가의 이해할 수 없는 소견은 어느 한쪽으로만 의견이 기울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더욱 씁쓸한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던 137회가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넘긴 날이라는 것. 4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전국 기준 20%를 기록, 높은 시청률로 모든 논란을 입막음하는 ‘오로라공주’의 불편한 행보를 이어가는 명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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