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기 전에는 못 느꼈는데 절실히 느끼고 왔습니다. 내가 너무 편하게 야구를 했구나, 그리고 야구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좌완. 그러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새 팀에서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했다. 그리고 군입대 이후 계속 부상이 이어진 끝에 결국 지난 4월 수술대에 올랐다. 이제 조금씩 공을 던지며 다음 시즌 확실한 부활을 노리는 왼손 투수. 상무 제대 후 복귀한 이현승(30, 두산 베어스)은 재기를 향해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였다.
동산고-인하대를 거쳐 2006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현승은 마일영(한화)-장원삼(삼성)과 함께 히어로즈 창단 초기 팀 투수진을 지탱했던 좌완 3인방 중 한 명. 2009시즌에는 30경기 13승10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전반기 이미 10승을 거두며 다승 선두 대열을 이끌었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고 시즌이 끝난 뒤 좌완 금민철에 현금 10억원을 더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팔꿈치 통증에 이어 어깨 통증까지 겹친 상태에서 이현승은 새 팀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경기 출장을 감행했으나 결과는 46경기 3승6패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75로 아쉬움이 남았다. 기대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도 물거품이 되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장원삼과 좌완 맞대결 무실점 쾌투를 펼친 것이 그해 이현승의 가장 눈부신 활약이었다.
2011시즌 팀 우승을 노리고 군입대를 1년 미뤘으나 이현승은 이번에도 50경기 3승5패4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82로 아쉬움을 남겼다. 아픈 몸에서 제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던 탓이 컸다. 결국 이현승은 시즌 후 아내와 딸을 남기고 상무 입대했고 지난 4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이현승은 “제대로 보여드린 것이 없어 두산과 상무에 죄송할 따름”이라며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이현승은 구단 주선 아래 서울 광장동 스포사 피트니스에서 재활 중이다. 박명환(NC)의 케이스도 있으나 3년 간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인해 고생했던, 그리고 한국시리즈 4차전서 5이닝 무실점 쾌투로 인간승리를 보여준 이재우도 이곳에서 재기 발판을 만들었던 바 있다.
“이번주 들어서 ITP(Interval Throming Program)에 돌입했어요. 20m 정도를 반복해 던지는 데 월-수-금 격일로 던지고 있습니다. 스프링캠프 때는 하프피칭에도 돌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구단에서는 이현승의 빠른 회복 속도를 감안해 이대로면 5월 실전 투입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를 갖고 있다.
“늦은 나이에 상무 복무하는 2년 간 자유 시간이 줄어드는 생활을 했고 대신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운동을 편하게 했구나’라는 생각도 하고 공을 던지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었다 싶었어요. 아쉽기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했어야 싶기도 하고. 친구들은 어느새 FA 계약도 성공시키고 앞두고 있는데 저는 3년이 남았네요”.(웃음)
절친한 동기생인 장원삼은 4년 60억원 대형 계약에 삼성 잔류를 결정지었다. 그에 대해 이현승은 “부럽다기보다는 원삼이야 원래 꾸준히 잘했으니 좋은 계약을 맺을 만 하지요”라며 웃었다. 그러나 2군 코치 시절부터 자신을 배려했던 김진욱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임에 표정이 굳어졌다. 김 전 감독은 이현승의 수술 후 재활에도 “영리한 녀석이니 다음 시즌 복귀도 세간의 평가보다 더 빨리 할 것”이라며 기대를 비췄다.
“감독님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많이 아쉽지요. 군대 가기 전에도 군대에 갈 때도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힘이 되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군입대 전 2시즌 동안 이현승은 두산 팬들의 기대도 많이 받았고 생각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아 비난도 많이 받았던 투수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의 골도 컸고 선수 본인도 그에 대한 미안함과 죄송스러움을 갖고 있었다.
“2년 간 실망감도 많이 자아냈던 것 같아요. 반대로 지금은 그만큼의 기대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서 부담을 많이 벗어던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야구한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은 투구라는 데 대해 절실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중요성도 마음 속에 갖추게 되었어요”. 우리 나이 스물 아홉에 뒤늦은 군입대를 결정한 30대 좌완은 야구 인생의 리바운딩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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