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싸이는 '넘사벽'이었고, 엑소는 느닷없이 등장해 대지를 평정했다. 변방에 머물러있던 힙합은 배치기를 신호탄으로 중앙 진출에 성공했고, 씨스타와 포미닛은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으로 시민들을 사로잡았다.
2013년 가요계는 기존 세력들이 여전한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새로운 강자들의 탄생에 연일 들썩거리며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6억뷰 돌파를 앞둔 싸이, 앨범 시장을 초토화시킨 엑소, 단연 돋보이는 이름 조용필까지 든든한 강호들의 활약도 빛났다. 걸그룹의 중독성도, 힙합의 저력도 모두 가요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
# 음원, 힙합+걸그룹의 반란

1월1일부터 11월23일까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성적을 종합한 가온차트 디지털종합 차트에 따르면 1위는 싸이 '젠틀맨'(4월 발표)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강남스타일'의 메가 히트 이후 초미의 관심을 모았는데, 역시나 이 곡이 올 해 음원차트에서 가장 '핫'한 곡이 됐다.
2위부터는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1월에 발표돼 힙합 열풍의 스타트를 끊은 배치기의 '눈물샤워'(1월 발표)가 2위다. 이 곡은 무려 14주 동안 TOP 50에 오르며 어마어마한 롱런을 기록했다. 다운로드 수로만 치면 이 곡이 182만여 건으로 올 한해 전체 1위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건, 바로 이 곡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3위는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1월 발표)가 차지했다. 농염한 퍼포먼스, 입에 착 달라붙는 멜로디가 올한해 걸그룹 최고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4위는 올 한해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탄 로이킴의 '봄봄봄'(4월 발표)이다. 5위는 리쌍의 '눈물'(1월 발표)로, 활동곡도 아니었는데 이같은 성적을 내서 리쌍 브랜드 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어서 6위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 7위 허각-유승우의 '모노드라마', 8위 다비치의 '거북이', 9위 씨스타의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 10위 다비치의 '녹는 중' 순이다.
'기브 잇 투 미'는 스트리밍 1위, 다운로드 8위를 기록했으며 '이름이 뭐예요'는 스트리밍 3위, 다운로드 7위를 기록하며 걸그룹 파워를 입증했고, 다비치도 두 곡을 종합 10위권에 올려놓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음원은 누적 점수가 높다보니, 7월 이후 발표곡은 좀 불리한 상태. 음원 서비스 요금이 오른 영향도 있다.
# 음반, 지금은 엑소시대
가온차트가 집계한 2013년 앨범 판매량 순위에는 사실 긴장감이 별로 없다. 전부 엑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국내서는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던 SM의 새싹 엑소는 1년만의 컴백에서 갑자기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 정점은 '으르렁'이었다. 이 곡이 포함된 정규1집 'XOXO' 리패키지는 31만여장을 팔아치우며 종합 1위를 기록 중이다. '늑대와 미녀'가 수록된 정규1집은 25만여장으로 종합 3위, 허그 버전의 'XOXO'는 19만장 팔려 종합 6위, 허그 버전 리패키지는 18만장 팔려서 종합 7위다. 다 합치면 95만장 가량 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소녀시대의 파워도 대단했다. 1월1일에 발매된 4집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는 29만장이나 팔려 엑소 못지 않은 존재감을 자랑했다. 타이틀곡은 다운로드 10위에 오르기도 했으니 음반-음원 모두 강한 유일한 걸그룹이기도 했다. 이 곡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노래 5위에 올라 해외서도 인정받았다.
조용필은 19집 '헬로'로 25만장 판매기록을 세우며 4위를 기록, 후배가수들의 롤모델로 우뚝 섰다. 이어 혼자서도 매우 핫한 지드래곤의 '쿠데타'가 19만장 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샤이니가 3집 챕터 1 '드림걸'로 18만장을 팔아 8위, 인피니트가 '데스티니'와 '뉴 챌린지'를 각각 16만장씩 팔아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 뮤비, 싸이를 누가 이겨
유튜브 조회수 기준 싸이의 '젠틀맨'은 무려 5억9천만뷰로 6억뷰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강남스타일'에 중독됐던 전세계인들의 '광클'은 실로 어마어마했던 것. 국내에서는 다소 야한 성적인 코드가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이 뮤직비디오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 바이럴 뮤직비디오로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소녀시대의 파워도 상당하다. 2위에 오른 '아이 갓 어 보이'는 7천800만뷰로, 소녀시대는 1억뷰에 가까이 다가선 유일한 K-POP 그룹이 됐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올해의 뮤직비디오로 선정하기도 했다.
3~4위는 엑소가 차지했다. '으르렁'은 2천만뷰를, '늑대와 미녀'는 1천800만뷰를 기록했다. 특히 '으르렁'은 원테이크 기법으로 두 패로 나뉜 엑소의 대립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 크게 호평받았다.
5위부터는 엇비슷한 조회수를 기록해 순위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일단 12월 초 기준으로 5위는 에프엑스다. '첫 사랑니'는 1천680만뷰를 기록했다.
6위는 2NE1의 '폴링 인 러브'(1천650만뷰), 7위는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1천390만뷰), 8위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1천360만뷰), 9위는 트러블메이커의 '내일은 없어'(1천140만뷰), 10위는 태양의 '링가링가' 안무버전(1천110만뷰)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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