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한해도 가요 담당 기자들은 쉴 틈이 없었다.
지난해 나라 밖을 뒤흔들었던 싸이가 '젠틀맨'을 발표하고, 나라 안을 뜨겁게 달궜던 티아라가 '자주' 컴백하면서 여전히 이슈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한 가운데 새롭게 펑펑 터지는 이슈들도 그 강도와 파급력에서 뒤쳐지지 않았다.
특히 군대에서 크게 터졌다. 1월1일부터 톱스타와 교제하는 연예병사가 화제를 모으더니, 결국 안마방 출입 포착이라는 엄청난 일이 생겨버렸다. 2011년 최고 이슈였던 서태지는 이은성과의 결혼으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고, 인기 가수들이 연이어 굵직한 표절 의혹에 휘말려 홍역을 치렀다. 스캔들도 급을 달리했다. 사진 논란은 이제 누드 유출 정도는 돼야 스캔들로 인정받는 분위기. 최자-설리의 열애설은 뭇남성들의 가슴을 강하게 흔들었다.

# 비, 군인 신분으로 김태희를 만나다니
남들은 군대 가면 멀쩡한 애인도 떠나간다는데, 비는 오히려 군대에 들어가서 김태희 '씩이나' 만났다. 1월1일을 장식한 이 뉴스는 김태희가 온종일 심사숙고한 끝에 공식 인정하기에 이르면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비가 휴가를 자주 나온데다 모자를 벗고 거리를 걸어다닌 모습이 포착되면서 연예병사 복무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각 지방을 돌며 주말에도 행사를 소화하다보니 무대 준비 및 포상 성격의 휴가가 많았는데, 이게 모두 공개된 것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는 확연히 많아보였고 연예병사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는 이후 SBS '현장21'을 불러들여 더 큰 일을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 장윤정, 1등 신붓감의 충격 고백
1등 신붓감으로 꼽혀온 가수 장윤정이 KBS 도경완 아나운서와 결혼을 깜짝 발표했다. 행사의 여왕으로 불리며 가수 중 현금 보유액이 가장 많지 않을까 추측을 받아온 장윤정이었기에 당연히 짓궂은 질문이 잇따랐다. 도경완 아나운서가 신부를 잘 만났다는 반응이 줄을 잇던 가운데, 예상치도 못했던 장윤정의 답변이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SBS '힐링캠프' 사전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유출이 돼버린 것.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10년간 번 돈을 모두 날린 것도 모자라 오히려 빚이 10억원이나 있다는 것. 그 이유로 지목된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질타가 쏟아졌고, 이들은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윤정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말았다.
# 손호영, 여자친구 뒤이어 자살 시도
5월 한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된 차량이 가수 손호영의 소유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손호영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알고보니 그 여성은 손호영의 여자친구였다. 당시는 박시후 효과로 모바일 채팅 어플을 통한 찌라시가 매우 활성화돼있었는데, 역시나 손호영을 둘러싼 각종 억측과 루머가 난무했다.
손호영은 결국 5월24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 공용주차장에 세워둔 카니발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동일한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차량에 불이 옮겨 붙는 바람에 차량 밖으로 나와 목숨을 건진 그는 그후로 쭉 등산 등을 하면서 심리적 안정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내년 god로 컴백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논의 중이다.
# 세븐-상추, 안마시술소에 간 까닭은
비의 달콤한 연애는 폭발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연예병사 실태를 취재하려던 SBS '현장21'의 카메라에 안마시술소에 들어갔다 나온 세븐과 상추가 '딱' 걸렸다. 입대한지 불과 3개월여만의 날벼락이었다. 두 사람은 건강 상의 이유로 일반 안마시술소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화려한 네온간판을 자랑하는 안마시술소를 찾았다는 입장이었는데, 금방 도로 나오기는 했으나 이런 업소에 발을 들였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공분을 샀다.
결국 연예병사는 폐지됐다. 두 사람은 영창 10일 처분을 받고 나란히 전방으로 배치됐다.
# 서태지의 신부는 이은성
문화대통령 서태지는 6월26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탤런트 이은성과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은 비공개 결혼식이었지만 그는 이 소식을 직접 팬들에게 공개하고, 다정다감한 메시지를 더하면서 기존 신비주의 행보와는 확실히 궤를 달리했다.
서태지의 신부가 이은성이라는 점은 가요계를 넘어 영화계에서도 큰 이슈였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기대주가 홀연히 사라져 궁금증이 컸던 사람들은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당시 '미스터고' 개봉을 앞뒀던 김용화 감독은 전작 '국가 대표'에서 이은성과 호흡을 맞췄다보니, 이은성은 어떤 연기자였느냐는 질문을 다수 받기도 했다.
# 너도나도 '콘트롤 비트' 다운
역시 싸움 구경은 재미있다. 올 한해 음원차트를 점령하다시피 한 힙합 가수들이 난데 없이 음원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더구나 쌈디를 비롯해 다이나믹듀오까지 거물급이 휘말렸다. 이들을 겨냥한 이센스의 음원은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갈등을 폭로하는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 매우 흥미진진했다. 조근조근 할말 다 하는 이센스에, 앙칼진 개코, 걸쭉한 쌈디의 음원이 연이어 폭발적인 화제를 낳았다. 개코가 디스로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올린 '콘트롤 비트 다운 받았다'는 글은 유행어가 됐다.
물론 싸움도 계속되면 지루하다. 팬들의 반응은 금세 질렸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이센스는 두번의 맹공을 끝으로 더 이상의 디스 음원을 내진 않았다. 하지만 멜로디컬한 감성 힙합을 주를 이루고 있던 상황이라, 다시 격해진 힙합에 환호를 보내는 팬들도 적진 않았다.
# 설리야, 이게 정말이니?
아이유가 은혁과의 야릇한 사진을 올려 셀프 스캔들을 터뜨렸을 때에도, 수지가 성준과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이 포착됐을 때에도 이 정도의 파장은 아니었다. 삼촌팬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한 설리의 열애설 상대가 다름 아닌 최자라니, 30대 남자들의 가슴은 이상하게 벌렁거렸다.
무려 14살 차이가 나는 이 남녀가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하고, 을지로의 한 식당에서 노가리를 씹는 모습이 공개되자 이슈는 폭발했다. 열애설은 점심시간 직전 터졌는데, 직장인들이 모인 식당에선 각 테이블마다 '설리야!'를 외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양측은 친한 사이일 뿐이라며 열애설을 일축했지만, 남자들은 '아이돌은 몰라도 내 또래 남자한테 뺏기는 건 매우 이상한 기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 죽지도 않고 돌아온 도박 사건
도박 사건은 역시 올해에도 터졌다. 이번에는 H.O.T 출신의 토니안과 신화의 멤버 앤디였다. 두 사람 외에도 이수근, 탁재훈, 붐 등이 같이 걸렸다.
이들이 한 건 이른바 '맞대기 도박'이라는 건데,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스포츠 경기의 승부를 맞히며 브로커에게 돈을 입금하고 베팅하는 형식으로 한 회 당 수백만원의 판돈까지 걸 수 있는 불법 도박이다. 앤디는 붐과 함께 500만원 벌금형을 받았고, 토니안은 6일 첫 공판을 치른다.
# 에일리, 이 사진이 대체 왜
도박 사건은 예상보다 잔잔하게 끝났다. 마침 에일리가 누드 사진 유출이라는 어마어마한 일에 휩쓸렸기 때문. 11월 11일 에일리가 앳된 얼굴로 상반신을 드러낸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과 채팅 어플을 통해 순식간에 번졌고, 에일리는 이런 사건 주인공 중 가장 화끈한 정면 대응으로 시선을 집중 시켰다. 그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이 사진은 미국 거주 당시 속옷 모델 캐스팅 제의를 받아 카메라 테스트용인 줄 알고 찍은 것이었다. 알고보니 여대생 상대 사기 행각이었다.
이 사진은 뒤늦게 유출이 됐는데, 에일리는 미국에서 최초 유포자를 잡기 위한 대응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불과 3일 이후인 14일 멜론 뮤직 어워드 무대에 서는 등 당당한 행보를 이어가 팬들로부터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 베꼈나? 참고했나? 장르가 유사했나?
표절 시비는 매우 자주 있는 일인데, 여기에 인기가수나 밉상가수가 엮이면 그 폭발력은 어마어마했다. 로이킴은 콘서트에서 장범준을 두고 깐죽거리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가 표절설로 불똥이 튀었다. 음원차트를 점령한 프라이머리는 MBC '무한도전'에 나가서 인지도를 높이자마자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기자가 보기에 올해 최고 '멘탈'은 로이킴이었다. 6월 상반기 대형히트곡인 '봄봄봄'이 뒤늦게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엄청난 악플 세례를 받아야 했는데, 하필 그때는 로이킴이 언론사 인터뷰를 50여개나 미리 잡아둔 상황이었다. 보통 그런 이슈가 터지면 연예인은 숨게 마련인데, 로이킴은 50여개의 인터뷰를 모두 소화하며 "베낀 게 맞냐"는 질문을 일일이 받았다.
좀 이상한 사건이긴 했다. 어쿠스틱 레인의 '러브 이즈 캐논'이 발표된 후 로이킴의 '봄봄봄'이 발표됐고, 그 이후 '러브 이즈 캐논' 우쿨렐레 버전이 발표됐는데, '봄봄봄'과 우쿠렐레 버전은 너무나 똑같았다. 발표 시기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로이킴은 상대곡을 들어본 적 없다고 밝혔으며, 어쿠스틱 레인은 이후 로이킴에게 미안하다고 입장을 표하면서 흐지부지 일단락됐다.
바통은 아이유가 이어받았다. 아이유의 분홍신이 넥타의 '히어스 어스(Here's Us)'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아이유 측은 "장르의 유사성일 뿐"이라며 "'분홍신'은 b플랫 마이너 스케일의 코드 진행으로 b플랫 마이나-bm7-cm7-cm6-f7sus4-f7 로 진행되고 '히어스 어스'는 도미넌트 스케일의 코드진행으로 b플랫 메이저의 원 코드 진행"이라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답변으로 이후 표절 대응 메뉴얼을 마련하기도 했다.
힙합 열풍을 이끌다 디스전에 휘말리고, 최자 열애설까지 겪은 아메바컬쳐는 프라이머리 표절 시비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마무리했다. 상대인 카로 에메랄드 측이 SNS로 수시로 입장을 밝히고 가끔은 약을 올리는 듯한 영상까지 게재하는 바람에 이슈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고, 국내서도 강한 어조로 프라이머리를 질타하는 교수까지 등장하면서 결국 MBC '무한도전'과 프라이머리는 문제가 된 가요제 음원 '아가씨'를 서비스 중단하는 초유의 수를 두게 됐다. 카로 에메랄드 측은 또 아메바컬쳐와 대화를 잘하고 있다며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해둔 상태다.
이어 크레용팝도 '꾸리스마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루팡3세' 주제가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작곡가는 "장르적 유사성"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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