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우, “전성기 80~90% 재현하고 싶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2.05 07: 20

“왜 비시즌에 나와서 훈련하고 재활하겠는가. 다음 시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팀을 위해 연투를 서슴지 않았고 결국 3년 간 두 번의 수술과 재활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다. 2억원까지 도달했던 연봉도 반 이상이 깎여나갔고 그가 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 데 이어 팀의 올해 마지막 한국시리즈 승리 주인공이 되었다. 길고 어둔 터널을 빠져나온 이재우(33, 두산 베어스)는 2013년에 대해 ‘내년을 향한 준비였을 뿐’이라며 비시즌에도 몸 관리에 집중했다.
2005년 홀드왕(28홀드), 2008년 계투 11승을 거두는 등 두산 투수진 중추로 활약한 동시에 훈련보조로 입단한 투수가 국가대표(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까지 우뚝 서는 기적을 보여줬던 이재우. 그러나 잇단 연투 속에서 팔꿈치 통증을 참고 견디던 이재우는 2010시즌 두 번째 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중도 강판했다. 그해 8월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후 10개월 뒤 재활 도중 또다시 끊어져 2011년 7월 또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실전 등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최근 인대가 다시 끊어졌던 조정훈(롯데) 케이스 원조가 바로 이재우였다.

인대 재수술 당시 주변에서는 이재우의 재기를 회의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재우는 올 시즌 30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하며 1군 투수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후반기에는 선발로 뛰었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는 5이닝 무실점 선발승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비록 팀은 3승1패에서 3승4패로 역전당하고 말았으나 이재우의 호투는 눈부셨다.
재활 막바지 자신을 도와준 김병곤 트레이너의 스포사 피트니스(서울 광장동 위치)에서 만난 이재우는 “구위가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았고 회복도 느린 편이라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1군 무대에 나서며 뜻 깊은 한 해를 보냈다”라며 한 해를 돌아보았다.
다음은 이재우와의 일문일답이다.
 
-올 시즌을 돌아본다면.
▲ 뜻 깊은 한 해였다. 초반에는 중간계투-마무리로도 나섰고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고 던지고 나서 피로가 회복되는 정도가 늦은 것은 아쉬웠다. (개릿) 올슨의 공백 자리를 메워 선발로 나섰다가 팔꿈치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 때는 3년 고생이 무너지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고. 그래도 후반기는 전반기보다 자신있게 던졌던 것 같다.
-후반기에는 선발로 뛰었다.
▲ 2군에서 한계 투구수를 올리고자 한 번에 100구 이상을 던지기도 했다. 그래도 1군 실전에서는 60~70구를 넘기니 힘들기도 하더라. 그 한계점이 늘어난 것이 9월 정도였고. 내가 선발을 맡기 전 팀이 6위에 위치했는데 그래도 순위가 올라가면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4,5회 볼이 많아져 힘든 경기를 자초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 운이 안 따르는 날도 있고 팔이 안 따라주기도 했으나 무엇보다 내가 베테랑답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맞지 않으려다가 볼을 남발하고 결국 스스로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내년에는 그럴 일 없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서 활약이 좋았다. 한국시리즈 승리도 그렇고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호투를 보여줬다.
▲ 사실 구위는 별로 안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구위 회복에 대한 바람이 큰 것 같다. 실제로 계투로 뛸 때는 150km 이상의 직구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 올 시즌에 비하면 구위가 좀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싶다. 힘껏 던지면 올해도 145~146km 정도를 던질 수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최고 구속이 아니라 평균 구속이다. 그만큼 지구력을 키우려면 지금 몸을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
-수술 전력을 지닌 만큼 몸 관리에 대한 생각도 남다른 것 같다.
▲ 비시즌에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몸을 만들고 훈련하고 재활하는 것은 프로 선수로서 당연한 미덕일 것이다. 특히 올 시즌이 내년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다음 시즌은 더 좋은 활약을 선보여야 한다. 수술 이전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전성 시절의 80~90% 모습을 재현하고 싶다. 적어도 올해보다는 나아야지. 나 자신에게 창피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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