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IA맨’ 김태영, “좋아하는 야구, 부끄럽지 않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2.05 06: 20

“새롭게 나 자신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새 팀, 새 이름, 새 둥지. 훨씬 더 새롭고 야구를 임하는 집중도도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운이 없었을 뿐 좋은 기량과 성실함으로 팀에 힘을 보태던 투수다. 10여 년 간 뛰었던 팀에서 2차 드래프트로 인해 갑작스러운 이적을 경험하게 된 30대 투수. 지난 7월 개명을 통해 새로운 이름을 얻었고 이제는 새로운 팀에서 새 임무를 받게 되는 만큼 선수는 밝은 표정과 긍정적인 사고로 내일을 기다렸다. ‘김지토’ 김태영(33, KIA 타이거즈)은 재활에 몰두하며 자신의 마음도 담금질했다.
개명 전 김상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김태영은 2001년 제주한라대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로 프로에 데뷔했다. 2006년까지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김태영은 2007시즌 선발과 계투를 오가며 28경기 4승9패2홀드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선발 9경기 6패로 아쉬움을 샀으나 평균자책점 3.76으로 나쁘지 않았다. 2008시즌 김상현은 선발-계투 양용으로 기용되며 44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40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2009시즌에도 7승을 거뒀고 시즌 초반 팀의 실질적 에이스로 활약하던 김상현은 2010년 골지방종 수술, 2012년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침체기를 겪었다. 올 시즌 초반 스윙맨 보직으로 선발-계투를 오갔던 김태영은 35경기 4승4패3홀드 평균자책점 5.91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는 팔꿈치 통증을 참고 뛰며 올린 성적이다. 지난 10월7일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또다시 받은 김태영은 지난 7월 김상현에서 김태영으로 개명했고 11월22일 2차 드래프트 1라운드로 KIA의 선택을 받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수 생활이지만 그의 기량은 대중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좋은 제구력을 지녔으며 낙차 큰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갖추고 있는 데다 선발-계투로 경험을 지녀 선발-롱릴리프 보직 소화가 가능하다. 유독 따르지 않았던 타선 지원이 아쉬웠을 뿐 한 시즌 10승 이상도 충분히 해낼 만했던 투구 내용도 많았다. 가벼운 팔꿈치 뼛조각 수술 후 재활 중이던 김태영은 서울 광장동 스포사 피트니스에서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
“얼마 전 광주에 거처를 마련했다”라며 웃은 김태영은 “올 시즌 궂은 날씨에 등판하는 경우는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술 후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이전까지 수술 후 재활과 비교했을 때 제일 좋은 느낌이다. 다음 시즌 준비를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선발-셋업맨 가교가 될 롱릴리프 요원이 필요한 KIA 입장에서 김태영의 수월한 재활은 반가운 소식이다.
“팔꿈치 뼛조각이 발견된 것은 사실 시일이 좀 되었다. 그런데 시즌을 코 앞에 둔 상황이라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가 어렵기도 했고. 시즌을 치르며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스트레스는 솔직히 있었지만 경기를 치르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다. 야구는 동료 타자, 수비 야수들과 함께하는 것인 만큼 경기에 나서는 데 대한 부담은 갖지 않았다. 그러다 9월 중 엔트리 제외가 결정되었고 ‘내가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간단한 수술인 만큼 김태영의 재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 이후 투구 적응보다 중요한 것은 소속팀을 옮기는 데 대한 팀 분위기 적응. 김태영은 상무 복무 2년을 제외하고 10년 넘게 두산에서 뛰다 KIA로 이적하게 되었다. 대체로 두산의 팀 컬러가 자유분방한 편인 반면 KIA는 전신 해태 시절부터 위계질서로 대표되는 팀이다. 확연히 다른 색의 팀으로 이적하는 데 대해 묻자 김태영은 오히려 웃었다.
“11월 하순 선수단, 프런트와 인사를 나누고 선동렬 감독님과도 통화를 했는데 특별히 다른 팀 컬러에 의한 위화감 등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마음 편하게 새 동료들, 새로운 분들을 뵐 수 있었다. 분위기도 좋고. 선 감독께서도 ‘몸 관리 잘해서 함께 잘해보자’라며 따뜻하게 말씀해주셨다. 두산 시절보다 기회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어 김태영은 “광주도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새롭게 다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차 드래프트 당시 갑작스러운 이적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김태영은 도전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 야구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얼마나 최선을 다해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에 대해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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