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31, 한신)은 2005년부터 9년간 삼성의 특급 소방수로 활약했다. 2006년과 2011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아시아 신기록(47세이브)을 작성했고 역대 최연소 및 최소 경기 25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5차례 구원왕에 오르며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소방수로 군림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승환은 말 그대로 '끝판대장' 아니냐. 오승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주 크다"며 "우리는 (오승환이 있기에) 8회까지만 야구하면 됐었다"고 엄지를 세웠다. "오승환이 팀 전력의 20~30%를 차지한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오승환은 올 시즌이 끝난 뒤 8년차 대졸 선수 FA 신청 자격을 얻었다. 국내에서 FA가 될 수 있는 권리다. 반면 해외진출이 가능한 9년차 FA 신청 자격을 얻지는 못했다. 따라서 오승환이 올겨울 미국 혹은 일본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프로야구 규약상 구단 동의가 필요하다. 오승환은 구단 측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해외 무대 진출을 추진했고 한신과 2년간 총액 9억5000만엔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다 보니 삼성의 계투진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내가 빠졌다고 해서 전력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삼성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내년에 돌아오는 (권)오준이형이나 (안)지만이가 내 빈자리를 잘 채워줄 것"이라고 확신에 가득찬 어투로 말했다.
그러면서 오승환은 내년부터 삼성의 뒷문 단속에 나설 투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라면 매 경기 일희일비하지 않고 물론 마무리 상황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연연해선 안된다. 그 다음 경기도 해야 하고 1년간 많은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1경기에 감정이 흐트러지면 안된다. 그리고 부상을 당해 로테이션에서 빠지면 안된다".
현재로선 안지만이 오승환의 바통을 이어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강속구와 안정된 컨트롤 그리고 두둑한 배짱은 안지만의 무기. 소방수로서 적격이다. 안지만은 2010년 오승환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뒷문 단속에 나서며 9세이브를 거둔 바 있다.
언젠가 안지만은 "부담이 많이 컸던 게 사실이다. 뒤에 (승환이형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아무리 8회라고 생각해도 실점한다면 승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강했다"고 설명했다. 누가 삼성의 소방수가 되든 오승환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안지만 또한 "무조건 비교될 수 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은 위기에 처할수록 더욱 강해진다. 올 시즌에도 그랬다.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만의 저력을 잘 알고 있는 오승환이기에 동료 투수들의 활약을 굳게 믿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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