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하며 일본 프로야구에 발을 내딛은 오승환(31)의 첫 번째 과제는 '후지카와 지우기'가 될 듯하다.
지난 4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는 오승환의 한신 계약 조인식이 열렸다. 입단식이 아닌 계약 조인식이, 그것도 외국인 선수의 모국에서 열리는 것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일본에서도 약 스무 개의 매체가 취재를 왔다.
한신에서도 나카무라 가쓰히로 단장을 비롯한 다수의 구단 관계자가 오승환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올 시즌 한신을 괴롭혔던 마무리 부재라는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해줄 '끝판왕' 영입은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화제를 일으키는 듯 보였다. 입단 팀이 일본 내 인기 구단인 한신인 것도 높은 관심에 한몫 했다.

이날 오승환을 본 일본 취재진의 관심은 대부분 "오승환이 후지카와와 비교해 어떤 실력을 보일 수 있는가"였다. 오승환과의 인터뷰 시간에 가장 먼저 나온 질문도 후지카와의 등번호 22번을 받은 소감과 후지카와에 대한 오승환을 생각을 묻는 것이었다. 오승환은 "구단이 준 번호"라며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후지카와는 1998년 한신에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해 통산 562경기에서 42승25패 220세이브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7년에는 46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 개인 최다 시즌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그는 올 시즌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며 일본을 떠났지만 아직 한신은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오승환의 첫 과제는 한신 구단과 팬들이 갖고 있는 후지카와의 빈 자리를 채우는 일이다. 2012년까지 6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거뒀던 후지카와가 떠난 뒤 올해 불펜투수 후쿠하라 시노부가 14세이브를 거뒀을 뿐 전문 마무리 투수를 찾지 못했다. 그 자리에 들어가는 오승환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일단 일본 현지 취재진의 예상은 긍정적이다. 이날 계약 조인식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스포츠호치'의 사카타니 유 기자는 "오승환이 직구, 슬라이더만 던진다고 하지만 후지카와도 최고 컨디션일 때는 직구와 포크볼만 던졌다. 구종보다는 구위가 중요하다"며 오승환에 대한 언론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산케이스포츠'의 도치야마 나오키 기자는 "한신 선수들과 아직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마무리 투수가 온다는 소식에 중간 투수들은 '우리가 오승환의 앞에서 마운드를 이어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팬들의 '등살'은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사카타니 기자는 "한신은 팬들의 힘이 세기 때문에 FA 선수든, 외국인 선수든 입단 첫 해 부진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승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부상만 없다면 오승환이 세이브 투수의 역할을 잘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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