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또 한 번의 시련이다. 그러나 임창용(37)이기에 별다른 걱정이 되지 않는다.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인생을 살아왔던 임창용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한 일이다. 예전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니다.
임창용은 3일 원 소속팀 시카고 컵스로부터 ‘논텐더’ 통보를 받았다. 구단에서 계약을 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일종의 방출 코스다.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컵스는 지난해 말 임창용과 2년 스플릿 계약을 맺으면서 그를 2014년 전력으로 내다봤다. 팔꿈치 수술로 2013년을 날려야 하는 임창용을 영입한 이유였다.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MLB)에 승격해 6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지만 사실상의 몸 풀기였다.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40인 로스터를 비우기 위한 컵스의 전략적인 논텐더 통보라는 시각도 있다. 임창용이 내년 스프링캠프 참여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있다. 임창용이 또 한 번 도전의 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컵스의 스프링캠프에 참여한다고 해도 보장된 것은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마이너리그부터 다시 단계를 밟아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완전한 방출도 배제할 수 없다. 임창용의 능력을 눈여겨봤던 컵스가 그를 포기한다면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이 불펜 투수를 데려갈 팀이 극히 제한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다.
하지만 시련에 부딪힐 때마다 그 벽을 극복했던 임창용이다. 한국에서 모두가 끝났다고 했을 때 일본으로 진출해 최고 마무리 중 하나로 등극했다. ‘사형선고’와도 같았던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고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국 도전을 선언했다. 그 과정은 모두 불확실의 홍수였고 또 불편한 비포장의 길이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보란 듯이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놓곤 했다.
임창용은 여전히 풀타임 메이저리거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올해 막판 MLB로 승격했을 당시에도 모든 시계를 2014년으로 맞춰놓고 있었다. 여기에 올해를 통해 임창용은 더 많은 것을 사나이가 됐다. 70~80%의 컨디션으로 공을 던지며 보완점을 찾았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짧지만 MLB 경험까지 갖춘 선수로 거듭났다. 몸 상태도 나아졌다.
부상 재활에 매달렸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임창용 자신이 나빠진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단지 익숙한 길에 다시 섰을 뿐이다. 그리고 임창용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