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오프시즌’ SK, 경쟁서 답 찾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05 07: 20

‘수확’도 아닌 ‘본전’을 목표로 돌입한 SK의 오프시즌이 씁쓸하게 마무리됐다. 가진 것에 비해서는 내놓은 것이 너무 많았다. 내년을 향한 문이 그다지 쉽게 열리지 않는 가운데 ‘경쟁’이 윤활유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SK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출혈이 컸다. 반드시 지켜야 할 자원으로 손꼽았던 FA 내야수 정근우를 한화에 뺏겼다. 팀 역대 최다 금액(70억 원)을 베팅했으나 지키기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화로부터 받은 보상선수도 없었다. 고심을 했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판단 아래 보상금만 16억5000만 원만 받았다. 2008년 정성훈(히어로즈->LG) 이후 5년 만에 있는 일이었지만 당시 히어로즈의 상황과는 차이가 컸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신현철 이정담 김대유의 지명은 구단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다”라고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김주원(개명 전 김민식) 이영욱 허준혁 김준 최윤석까지 다섯 명을 내줬다. 본의 아니게 2차 드래프트에서 5억 원을 벌었다. 구단 관계자들은 “올해는 돈복이 많은가보다”라고 푸념하며 허탈감을 숨기지 못했다.

방출 선수 시장에서도 성과가 미비했다. 이미 한 차례 은퇴했던 신윤호를 영입한 것이 전부였다. LG로 이적한 김선우에게도 접촉하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가족을 중요시여긴 김선우 앞에 연고지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SK의 오프시즌은 문을 닫았다. 이론적으로 추가적인 영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SK는 올해 6위를 기록했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 그리고 매년 있었던 FA선수들의 유출로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다. 그 반전의 실마리로 여겼던 오프시즌에서도 손해를 봤으니 내년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부경쟁 구도를 통해 후보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팀 내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지금 주축 선수들이 평생 야구를 하지는 못하는 만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올해 외야에 이명기 한동민이 들어오면서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고 이는 전체적인 외야 전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라고 기대했다. 왕조를 이끌었던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이라는 기존 핵심 선수들이 바짝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런 경쟁이 다른 포지션에서도 일어난다면 동반 성장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기초적인 전력은 갖추고 있는 SK다. 원점부터 시작해야 할 팀은 아니다. 선발진은 완성 단계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세든, 레이예스)와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김광현 윤희상은 검증된 투수들이고 백인식도 올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취약점이었던 불펜은 재활 및 돌아올 선수에 기대를 건다. 소집해제 후 올해 중반부터 가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고효준을 비롯, 전병두 엄정욱 이승호 등이 재활에 땀을 흘리고 있다. 포수 포지션도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이 경쟁한다.
내야는 이미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정근우가 나가면서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명예회복을 꿈꾸고 있는 나주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은 신현철, 그리고 젊은 선수들인 김성현 박승욱 등이 무한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만수 SK 감독도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라며 마무리캠프 성과를 총평할 정도로 분위기가 사뭇 비장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다시 시작해야 하는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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