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오프시즌에서 선수장사를 한 SK다. 선수들을 내보낸 대가로 원치 않았던 21억5000만 원이라는 돈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에 쓰이게 될까. 일단 다른 선수들의 지갑에 직접적으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 3일 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의 보상선수 지명을 포기했다. 한화의 20인 보호선수 외 명단을 검토한 결과 보상선수를 지명하지 않고 보상금만 받는 결정을 내렸다. 정근우의 올해 연봉은 5억5000만 원. FA규약상 300%인 16억5000만 원을 받았다. 꽤 거금이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도 3명을 모두 지명했지만 5명의 선수가 팀을 떠나 5억 원의 수입(?)이 생겼다.
21억5000만 원이 입금될 예정이지만 SK는 답답한 심정이다. 그 돈을 안 받고 최대한 전력 유출을 피했으면 하는 것이 구단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엄연한 현실이 됐고 이제 잔고는 불어난다. 그렇다면 SK는 이 돈을 어디에 사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안에 다 써야 이득이고 선수단 관련 예산과는 그다지 큰 연관이 없다.

일각에서는 내년 FA 선수들을 잡기 위한 여윳돈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SK는 내년 FA 최대어로 손꼽히는 최정을 비롯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 나주환 김상현 이재영 박진만이 FA로 풀린다. 당장 최정의 몸값만 해도 80~100억 원이 거론되는 판이다. 현실적으로 다 잡는 것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대한 실탄을 쌓아둬야 할 법하다.
그러나 프로야구단의 구조를 잘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올해 거둔 수입은 올해 회계연도 내에 모두 써야 법인세를 피할 수 있다. 구단이 모기업의 지원금을 연내에 모두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 넥센을 제외한 모든 구단 손익계산서에 적힌 금액이 '0' 주위를 맴도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남겨봐야 모기업 지원금만 줄어드는 셈이 된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한국프로야구 30년 이상을 지배한 서글픈 현실이다.
연봉협상에 사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SK는 이미 연봉협상에 대한 예산을 모두 짜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한 관계자는 “연봉협상과는 별 연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SK 내부에서도 이 돈의 사용처를 놓고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시설 개선, 혹은 사회 연관 프로젝트를 통한 활용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구단 독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이것이 선수들에 대한 보상, 그리고 내년 FA시장에 대한 소극적 움직임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구단이 그렇듯 연봉은 고과에 의해 평가한다. 잘한 선수는 올려주고, 못한 선수는 깎는 것이 진리다. FA자격을 얻는 선수들에 대한 프리미엄도 어느 정도는 계산이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근우의 이탈로 큰 충격을 받은 SK는 내년 FA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지 2013년과 2014년에 써야 할 돈의 출처만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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