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제도 바라보는 시선, "현실성 떨어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2.05 06: 57

과연 프로야구에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까. 
한국프로야구는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매년 겨울 연봉협상 때마다 구단과 선수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선수는 스스로 협상을 준비하고 나서야 한다. 협상 자료가 부족한 선수는 철저하게 고과를 산정한 구단의 제시액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역대 20차례 연봉 조정에서 선수가 이긴 것도 한 번 뿐이다. 언제나 구단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에이전트 제도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마침 지난 8월 문화체육부에서 프로스포츠 에이전트제도 법제화를 추진했고, 2일 다시 한 번 제도 도입 촉진을 발표했다.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협상을 전문화하기 위함으로 문체부가 워낙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과연 제도의 현실성을 놓고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문이 가득하다. 현 규약상 프로야구에도 에이전트 제도는 있다. 야구규약 30조에 따르면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한국프로야구 여건 등을 고려해 구단, 야구위원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전체 합의에 따라 정한다'는 부칙 때문에 실행되지 못했다. 
KBO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에이전트 제도 이야기는 꾸준하게 나왔다. 그러나 한국적인 현실에서 타당성과 효율성을 따질 때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며 "일본은 변호사가 한 명의 선수만 맡고, 연봉에 한해서만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미국처럼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모로 검토를 하며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그동안 에이전트 이야기는 말만 나왔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구단이 절대적인 갑이기 때문에 당하는 건 언제나 선수들이었다"며 "에이전트가 들어오는 순간 오히려 선수가 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구단에서도 반발이 매우 클 것이다. 과거 선수협 사태처럼 선수들을 내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다. 
모선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스캇 보라스 같은 대형 에이전트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들이 각 구단에서 스타 플레이어를 한두 명과 성장하는 유망주를 잡아놓으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조만간 100억원짜리 선수도 나올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협상에서 언제나 을의 위치였던 선수들에게 에이전트 제도는 큰 희망이다. 
그러나 역기능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나라 시장에서 에이전트 제도는 돈이 안 된다. 오히려 에이전트들이 해외로 선수들을 빼돌릴 수 있다. 실력있는 일부 스타 선수들만 누릴 수 있을 뿐 2군 선수들에게 에이전트는 언감생심"이라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시장이 크지 않고,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프로야구단 특성상 에이전트 제도가 활성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 프로스포츠 중에서 프로축구만이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종목마다 성격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프로야구에 맞게 의견을 주고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령을 시행하기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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