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드라마가 변했다.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캐스팅, 퀄리티 면에서 월등하게 뒤쳐져 그저 저급한 성적 유머를 이유없이 버무리거나 특정 장르에 치우쳐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건 오래전 이야기가 됐다.
tvN, OCN 등 CJ E&M 채널을 주축으로 한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약진은 2013년 도드라졌다. 지상파-케이블을 통틀어 상반기 최고 드라마로 거론된 tvN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 전 연령대의 공감을 자아내며 케이블 드라마 최초 10% 시청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응답하라 1994'가 대표작이다. 이에 OSEN은 상·하반기를 대표하는 '나인'과 '응답하라 1994'의 PD 인터뷰를 통해 케이블 현주소를 짚어봤다.
▶'나인' 김병수 PD "케이블이라 표현 자유롭다"
tvN 드라마 '나인'은 최근 한국 드라마 최초로 그 포맷이 미국에 판매되는 쾌거를 올려 미국 리메이크가 진행될 예정. 또한 '나인'을 연출한 김병수 PD는 지난달 '2013 에이판 스타어워즈(APAN STAR AWARDS)'에서 연출상을 수상하는 등 여전히 '나인'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김병수 PD는 이와 관련해 "정신없이 달렸다. 해외 촬영 등이 있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준비기간을 오래 갖고 대본이 반이상 나온 상태로 촬영이 들어가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며, 그 동력원의 하나로 케이블의 환경을 꼽았다.
김 PD는 "케이블이라 표현이 자유로웠다는 이점이 있었다. '나인'에 앞서 2번이나 케이블에서 작품(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뱀파이어 검사')을 했던 것 때문에 편안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와의 차이점을 묻자 "지상파와 같은 환경인 것 같다. 광고 등의 이유로 편성적인 부분에 차이가 있어 분량이 달라지는 게 있긴하다. 과거엔 캐스팅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면에서도 많이 열려있다. 배우들 생각도 많이 변했다"고 답했다.
케이블의 아쉬운 점으로는 대중에 대해 미흡한 접근성을 꼽았다. 그는 "대중에게 알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지상파의 경우엔 이미 고정 편성된 시간대가 있는 반면, 케이블은 편성이 유동적이라 본방송을 보게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다운로드 등 다른 방식의 시청도 가능하지만, 여전히 방송사에서 평가하는 건 시청률 수치"라고 지적했다.
▶ '응답 1994' 신원호 PD "지상파와 차이 못느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최고 시청률 7.6%(닐슨코리아)를 방송 5주만에 뛰어넘으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볍게 비웃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 KBS에서 CJ E&M 이적 후 그야말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신원호 PD는 그 성공 원동력을 어디에서 찾을까.
신원호 PD는 "속편이긴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변화를 줬다. 성공의 주효한 원인은 따뜻함, 사람냄새 등이 잘 드러났던 하숙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전작에서 등장했던 '빠순이' 소재가 주변으로 밀리고, 촌놈들의 상경기가 중심으로 들어왔다"고 흥행원인을 꼽았다.
이어 "멜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응답하라 1994'의 경우엔 멜로도 반전의 느낌이 강했다. 전작엔 서인국이 있었다면 이번엔 정우, 유연석, 그리고 손호준, 김성균까지 가세했다. 기존에 멜로를 하지 않았던 김성균의 멜로 등이 관심을 증폭시켰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케이블의 환경에 대해선, '나인'의 김병수 PD와 크게 궤도를 달리하지 않았다. "지상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신원호 PD의 답변이다.
신 PD는 "지상파였다면 더 높은 시청률이 나왔을 거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지상파에 있었다면 애초에 내가 '응답하라' 같은 작품을 만들 시도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응답하라'는 케이블이기에 가능했던 작품이었다"며 "케이블은 이미 지상파와 동등한 선상에서 경쟁중이다. 그다지 특별한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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