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케이블 결산] '슈스케' 지고, '꽃·응답' 날다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12.05 11: 30

케이블의 입맛이 참 다양해졌다. 덕분에 반응과 성적도 예측불허. 오디션 열풍을 이끌고 케이블의 번영을 일궜던 엠넷의 일등공신 '슈퍼스타K'는 다섯번째 시즌에서 참패했고, '꽃보다' 시리즈와 '응답하라' 시리즈는 날아올랐다.
지상파의 스타 PD 영입 등 오랜기간 초석을 다졌던 케이블은 2013년 한해 도드라진 활동을 내비쳤다. 예능은 다양한 콘셉트의 시도로 연신 지상파와 차별화를 꾀했고, 드라마는 섭외력과 퀄리티를 끌어올려 지상파와의 경쟁을 가능케했다.
▶케이블 예능, '꽃보다' 시리즈로 연타석 홈런

예능은 분명 그 특성상 케이블이 지상파보다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영역이다. 표현에 있어 지상파보다 조금은 더 열려있어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하고, 영속성을 담보로 하지 않는 점은 단발성 기획으로 포맷의 폭을 확장시켰다.
지난 2011년부터 이어졌던 'SNL코리아'는 초창기 멤버인 장진 감독의 하차, 크루 고경표의 하차로 2013년을 시작했다. 당장 '위켄드업데이트'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휘청였고, 줄어든 정치풍자는 모기업 CJ의 탈세·비자금 수사와 맞물리며 오해의 눈총을 받았다. 이후 크루 김슬기의 하차로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유희열이 '위켄드업데이트' 진행자로 합류하고, '글로벌 텔레토비' 이후 마땅한 킬러 콘텐츠가 부재했던 자리에 'GTA시리즈'가 들어오며 활력을 되찾았고, 가까스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tvN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는 그야말로 tvN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평균연령 76세 할배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조합은 신선했으며,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전 연령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영석 PD가 연출을 맡았던 이 '꽃보다'시리즈는 '배낭여행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행자 변형을 용이케해 만든 덕분에 뒤이어 '꽃보다 누나'를 탄생케 했다. 이 또한 첫 방송만에 무려 '10.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기준)를 기록해 소포모어징크스를 무색하게 만들며 동시간대 모든 지상파 프로그램을 긴장케 했다.
엠넷 '방송의 적'은 여전히 신선했지만, '음악의 신'을 넘어서진 못했다. '음악의 신'의 병맛 코드를 고스란이 물려받았지만, 그 이상의 매력은 부재했다는 평가다. 다만 뮤지션 존박을 '덜덜이'라는 바보 캐릭터로 승화시킨 점만이 눈에 가장 띄는 '방송의 적'의 업적(?)이 됐다.
▶'슈스케'의 몰락…오디션-서바이벌, 한계에 부딪히다
포화 상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케이블도 함께 휩쓸려 허덕였던 한해다. 오디션으로 부흥기를 맞았던 한 때도 있었지만, 이제 오디션 프로는 버리기도 취하기도 애매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가장 큰 타격은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손꼽혔던 '슈퍼스타K'의 몰락이었다. 4.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정상적인 첫발을 내디딘 '슈퍼스타K5'는 5~6%대 안팎의 시청률을 오가다 결국 시청률 하향세가 이어졌고, 꾸준한 내리막길을 걷던 시청률은 결승전에서 1.7%로 최저시청률 정점을 찍고 초라하게 퇴장했다. 부진 속에도 엠넷은 여전히 '슈퍼스타K'를 내려놓지 못한채 내년 시즌6 방송을 계획중이다.
'슈퍼스타K5'의 부진에 묻혔지만, 앞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별다른 재미를 보진 못했다. '보이스코리아2'도 전 시즌에 비해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으며, 이보다 앞서 방영된 '보이스코리아 키즈' 역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만, 댄스 서바이벌 프로인 '댄싱9' 은 낮은 시청률에도 신선한 시도와 무무대로 호평 받았고, 이후 전국적으로 펼쳐진 '댄싱9 갈라쇼' 역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보이스코리아', '댄싱9' 역시 내년 시즌을 준비중이다.
작곡가 서바이벌을 내세운 '슈퍼히트'는 아쉬움의 연속이다. 4회 방송, 3000만원의 상금 등 작아진 몸집은, 높아질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턱없이 모자랐다. 그 외에도 순수 창작물을 평가한다는 콘셉트, 첫회 방송에서 작곡가들이 직접 가창을 곁들여 합격과 불합격이 판가름되는 모습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싱어송라이터를 뽑는 그것과 차별점을 긋는데 실패했다.
▶케드 '나인' '응사', 지상파를 위협하다
케이블 드라마는 확실히 성장했다. 지상파 드라마에 비교해도 배우의 섭외, 작품의 퀄리티면에서 전혀 뒤쳐지지 않을 정도가 된 것. 과거 성적 유머를 결합한 B급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했던 것을 떠올렸을 때 엄청난 약진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소재에 제약이 덜하다는 강점은 지상파를 위협할 힘을 부여했다.
상반기는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이 꿰찼다.  '나인'은 최근 한국 드라마 최초로 그 포맷이 미국에 판매되는 쾌거를 올려 미국 리메이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같은 인기로 '나인'을 연출한 김병수 PD는 지난달 '2013 에이판 스타어워즈(APAN STAR AWARDS)'에서 연출상을 수상했다. 나인을 전후해 방영된 '이웃집 꽃미남', '연애조작단; 시라노'로 신선한 소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받았다.
부진도 있다. '추노'의 곽정환 PD의 투입으로 기대를 모았던 tvN 드라마 '빠스껫볼', 김병욱 PD가 진두지휘한 tvN 시트콤 '감자별2013QR3'가 바로 그것. 두 명의 스타 PD는 대중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채, 저조한 성적표로 여전히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하반기 돌풍의 중심에 선 이는 현재 방송중인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다.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최고시청률 7.6%(닐슨코리아 집계)마저 방송 5주만에 뛰어넘은 '응답하라 1994'는 온오프라인에서 '응사앓이'를 일으키며 케이블드라마 사상 최초 10%대 시청률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응답하라 1994'는 최근 오로지 막장으로만 치닫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의 부진 속에서 오히려 '국민드라마'로 손꼽히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케이블 드라마는 여전히 성장과 도전을 병행하고 있다. 엠넷이 선보인 '몬스타'는 청춘과 음악이라는 소재를 결합해 새로운 하이틴 뮤직드라마를 탄생시켰으며, 최근 첫선을 보인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제작진이 참여해 먹방이라는 소재와 의문사라는 미스터리한 영역을 결합 또 하나의 공감 드라마 탄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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