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심과 책임감’ 나주환 일으키는 두 단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06 10: 40

“교육리그에 가야겠다” “예?”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인 지난 9월 중순. 교육리그행을 지시받은 나주환(29, SK)은 깜짝 놀랐다. 단번에 “제 나이가 몇 살인데…”라는 말이 입 바깥으로 튀어 나왔다. 교육리그는 ‘교육’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 선수들이 참여하는 무대다.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중견급 선수 나주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무대다. 그러나 나주환은 불만을 삭이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화려한 복귀를 꿈꿨던 2013년 시즌도 그렇게 마감됐다.
그로부터 세 달 가량이 지난 지금. 나주환은 당시 구단의 선택에 대해 오히려 “고마웠다”라고 말한다. 나주환은 “처음에는 나이도 있고 그래서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맙다”라고 했다. 우선 덜 만들어진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나주환은 “몸을 더 만들어야 할 시기였다. 교육리그에는 경기 일정이 계속 잡혀 있어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됐다. 노력과 각성. 나주환은 그렇게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나주환은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라는 큰물의 범주 안에 있는 무대 아닌가.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많더라. 경기할 때 기본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자 번쩍 눈이 떠졌다. 교육리그에 오며 상했던 자존심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품고 있던 불만은 땀을 통해 몸 밖으로 다 빠져나갔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주환의 경력은 지금껏 쭉 오르막이었다. 대다수 그렇듯 백업으로 시작했지만 곧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2007·2008·2010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중 하나였다. 승승장구였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소한 뒤에도 자신감은 있었다. 스스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준비가 부족했다. 나주환은 “혼자 생각한 준비였다. 막상 와보니 차이가 있었다”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여기에 부상도 겹쳤다. 4월 21일 문학 KIA전을 앞두고 익숙한 1군 무대에 합류했지만 첫 타석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주환은 “부상이 있으면 하고 싶어도 뭘 할 수가 없다. 답답했다. 재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솔직히 지치는 것도 있었다”라고 했다. 2군 성적도 보잘 것이 없었다. 결국 1년이 그냥 그렇게 흘러갔다.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런 나주환은 교육리그를 통해 초심을 되찾았다. 마무리캠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만수 SK 감독은 “봄이나 여름에 봤던 것보다는 확실히 많이 좋아졌다. 본 포지션인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 수비도 곧잘 하더라”라고 흡족해했다. 몸 상태가 올라오자 가지고 있던 기량이 다시 발휘됐다. 나주환은 “2루수는 신인급 시절 백업일 때 적잖이 봤던 포지션이었다. 만족하기는 어렵지만 밖에서는 어색하지 않다며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초심을 찾은 나주환은 이제 책임감으로 무장한다. 8일 2년간 열애를 한 유은희 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며 공식적으로 부부가 된다. 나주환은 “내년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면 책임감이 더 생길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팀 내 위치도 가볍지 않다. 정근우(한화)의 이탈로 흔들리는 SK 내야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집안에서나, 팀에서나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번 바닥을 쳐봤다. 느낌은 알지만 되풀이할 생각은 없다. 각오가 남다르다. 나주환은 “혼자하는 것보다는 팀 운동을 하는 것이 확실히 더 좋더라. 12월에도 구단 트레이닝파트와 상의해 훈련 일정을 짰다”라며 “일정을 잘 짜서 지금의 몸 상태를 잘 유지하겠다”라고 굵은 땀방울을 예고했다. 초심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나주환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SK의 내야도 같이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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