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남’ 정명원 퇴진 아쉬운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2.06 10: 40

팀 투수들과 궁합이 잘 맞았던 코치였다. 특히 파이어볼러들의 떨어지는 변화구 장착을 위해서는 필요한 투수코치였고 ‘남자 리더십’을 펼쳤으나 갑작스러운 스토브리그 광풍 속에서 스스로 코치직을 내려놓았다. 정명원 두산 베어스 1군 투수코치가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베테랑과 주축 선수들의 잇단 이적, 김진욱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까지 혼란의 11월을 보낸 두산은 송일수 신임감독 체제에서 코칭스태프 전원과 모두 함께 하고자 했다. 김진욱 감독도 “올 시즌 나와 함께한 코치들이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해주길 바란다”라며 당부했으나 정 코치는 “책임을 김 감독께만 전가시킬 수 없다”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전부터 정 코치는 야구계에서 의리의 사나이로 통했다. 2011년 말 넥센의 2군 감독직 제의를 고사하고 두산으로 옮겼으나 이는 오랜 2군 코칭스태프 생활로 인해 가족들과 떨어지는 기간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 마침 두산에서 정 코치를 필요로 한다는 제안이 왔고 정 코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 감독을 보좌하며 정 코치가 선수들의 성장에 끼친 영향도 컸다. 지난 시즌 두산은 선발 야구로 팀 컬러를 확연히 바꾸며 8개 구단 최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80회)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스플리터, 포크볼을 장착해 투수진을 이끈 노경은, 이용찬의 공이 컸다. 이 과정에는 현역 시절 포크볼로 최고 마무리 중 한 명으로 꼽혔고 선발로도 자기 몫을 해냈던 정 코치의 지도력이 숨어 있다.
“두산에는 다른 팀에 비해 젊고 공이 빠른 파이어볼러가 많다. 제구력을 다듬는 동시에 떨어지는 변화구와 궁합이 맞는 투수가 많은 매력적인 팀이다. 그리고 좋은 활약상을 펼치는 선수가 점점 많이 배출된다는 것은 코치로서 큰 보람이다”. 두산에 부임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던 정 코치였다.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정 코치는 심리적인 면으로도 큰 힘이 된 코치였다. 때로는 강하게 선수의 승부욕을 자극하며 선수 본인이 스스로 정체의 벽을 뛰어넘길 바랐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유희관, 이용찬 등은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는 외부 평을 들었던 바 있는데 정 코치는 이들을 매몰차게 몰아붙이며 자극을 주었다. 그리고 이들은 연이어 생애 첫 한 시즌 10승 투수가 되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정 코치에 대해 “의리를 중시하는 사나이 스타일의 코치다. 선수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선수에게 그대로 이야기해주며 스스로 깨닫길 촉구하는 스타일의 코치”라고 평했다. 선수가 잘했을 때는 미디어에 칭찬을 늘어놓기 보다 “아직 더 발전해야 하는 선수”라며 일침을 놓는다. 그리고 선수의 감격적인 순간에는 말보다 따뜻하게 포옹하며 축하해주는 코치였다.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선수의 심리를 다잡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나는 스토브리그 때가 가장 안타까워요. 열심히 하면서도 운이 없거나 경쟁에서 밀려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야 하는 선수들이 나오니까. 그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가장 안타깝고 힘든 일입니다”. 매 시즌 스토브리그를 힘겨워하던 정 코치는 2시즌을 함께했던 감독의 낙마에 자신도 퇴임을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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