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도 못했고 매너도 없었다. 김동욱(32, 오리온스)이 프로선수로서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서울 삼성은 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고양 오리온스를 87-65로 대파했다. 김승현의 복귀와 맞물려 기분 좋은 2연승이었다. 하지만 경기 막판 김승현과 김동욱의 충돌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건은 삼성이 83-62로 크게 앞선 경기종료 2분 36초전 발생했다. 김동욱은 스크린을 섰던 김승현을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밀쳤다. 코트에 넘어진 김승현은 동료들의 공격이 이뤄지는 와중에 김동욱에게 다가가 설전을 펼쳤다.

이후 작전시간이 요청되자 김승현은 오리온스 벤치로 다가서며 “내가 선배인데 어떻게 나에게 쌍욕을 하고 ‘야’라고 하고...”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동광 삼성 감독은 “가만 놔둬”라며 김승현을 진정시켰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꼽힌 김승현은 “팬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내가 KBL에서 최고참급이다. 김동욱이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김동욱이) 와서 강하게 부딪쳤다. ‘너 뭐하는 거야?’라고 했더니 ‘네가 먼저 했잖아’라며 쌍욕을 했다. 그래서 ‘넌 선배도 없냐? 이런 식으로 하면 농구판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인터뷰했다. 경기 후 김승현은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과 김병철 코치에게도 하소연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김동욱이 김승현에게 사과를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김동욱은 김승현이 먼저 욕설을 한 것으로 오해했다며 자신이 욕설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최근 김동욱은 코트 위에서 동료들을 공개적으로 꾸짖으며 짜증을 내는 장면이 여러 번 목격됐다. 자신이 준 패스를 동료가 성공시키지 못하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끌끌 차는 장면도 나온다. 코트 위에서 승부욕이 지나치면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김동욱의 이런 행동이 팀내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에서 김동욱은 32분 44초를 뛰면서 13개의 슛을 던져 단 3개만 성공시키며 6점에 그쳤다. 순발력이 떨어져 차재영, 임동섭 등 매치업 상대를 놓치는 장면도 많았다. 연봉 3억 5000만 원을 받는 선수로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활약상이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김동욱 본인이 먼저 반성해야 하는 경기였다.
OSEN 취재에 의하면 오리온스 일부 선수들은 김동욱의 고압적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들을 감싸지 못하고 다그치는 김동욱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 최근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이 맡아온 주장직을 팀내 최고참 전형수에게 물려줬다. 김동욱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가 주장으로서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탓도 크다. 집안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오리온스가 호화멤버에도 불구, 성적이 저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8승 13패의 오리온스는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오리온스는 리온 윌리엄스-랜스 골번, 김승원-최진수, 이현민-전태풍이 교대로 출전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주축이었던 윌리엄스-최진수-전태풍 트리오의 역할이 대폭 줄었다. 특히 팀에서 고액연봉자에 해당되는 전태풍과 최진수의 역할축소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태풍은 삼성전에서 승부처에서 연속 3개의 턴오버를 범하며 5점, 1어시스트에 그쳤다. 국가대표 포워드 출신인 최진수도 12분 동안 한 골을 넣은 것이 전부였다.
김동욱의 욕설파문은 집안문제가 외부로 터져 나온 단편적인 사건에 불과하다. 전술이나 기량은 나중 문제다. 오리온스가 후반기에 치고 올라서려면 자신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돈을 주고 들어온 관중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김동욱의 행동은 단순히 김승현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했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팬들을 실망시킨 김동욱은 프로선수로서 본인의 행동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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