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3)가 다시 한 번 명불허전의 클래스를 자랑했다.
김연아는 6일(이하 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8.37점과 예술점수(PCS) 35.00점을 받아 합계 73.37점을 받았다.
이날 김연아가 기록한 73.37점은 2013-2014시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10월 아사다 마오(일본)가 그랑프리 시리즈 1차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기록한 73.18점. 김연아는 아사다가 기록한 점수를 넘어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기록하며 부상 우려를 씻고 명실상부한 '피겨여왕'임을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점수는 개인 통산 다섯번째로 높은 점수기도 하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은 2010 밴쿠버올림픽 당시 기록한 78.50점으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이기도 하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개인 통산 최고점 기록은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2009년 스케이트 아메리카(76.28점)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76.12점) 2009년 트로피 에릭 봉파르(76.08점)에 이어 이번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로 이어지게 됐다.
이번 대회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주관하는 대회가 아닌 B급대회다. 원래대로라면 그랑프리 시리즈에 참가했어야 할 김연아가 지난 해 독일 NRW트로피에 이어 다시 한 번 B급대회에 나선 이유는 오른쪽 발등 중족골 미세부상 때문이다. 지난 9월 부상 사실을 밝힌 김연아는 내년 2월에 있을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위해 무리하지 않기로 결정,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했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새 프로그램으로 교체한 만큼 어느 정도 리허설은 필요한 상황이었다. ISU 주관 대회로 내년 1월 대만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가 있지만 올림픽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열리는 경기라 프로그램을 처음 테스트하기에는 빠듯할 수 있었다. 또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시즌 당시도 김연아는 4대륙선수권대회를 '스킵'한 바 있다.
때문에 부담없이 새 프로그램을 꼼꼼히 다듬어 선보일 수 있는 이번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가 리허설 무대로 선택됐다. B급대회라고 김연아에게 마냥 편한 조건은 아니었다. 일단, 선수들의 수준부터 김연아와 비교할 수 없었다. TES 9점대를 기록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로 실력차가 확연하기 때문에 경쟁심을 자극하는 상대가 없었다. 빙판 규격도 좁아 공개연습 때 몇 번이나 동선을 조정해야했다. 올림픽 시즌을 준비해야하는 김연아에게 있어 썩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어떤 환경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익숙해져있는 선수다. 리허설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김연아는 소치를 앞두고 두 가지 '긍정조건'을 재확인했다. 하나는 변함없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멘탈', 그리고 또 하나는 세계에서 쏟아지는 '피겨여왕'에 대한 여전한 관심이다. 올림픽에 나설 '여왕의 재림'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기분 좋은 대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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