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의 달인' 롯데 내야수 이여상(29)이 이번에는 마해영과 배영수로 빙의했다.
이여상은 양준혁 야구재단의 개최로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종범신 멤버로 교체 출전, 5회 타석에서 마해영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양준혁으로 변신한 데 이어 올해는 마해영과 배영수까지 완벽하게 흉내내며 팬들의 배꼽을 잡았다.
4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최준석의 대주자로 교체출전한 이여상은 5회초 무사 2·3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등장 때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등번호 49번, 마해영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마해영의 타순이 6번이었기에 관중들은 의아해 했다.

그의 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다름 아닌 이여상이었다. 이여상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현역 시절 마해영처럼 크게 스윙한 뒤 방망이를 어깨에 걸쳐놓는 타격 자세로 준비했다. 이어 마해영 특유의 오픈스탠스와 껌을 씹는 심드렁한 표정까지 재현하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타격 또한 마해영처럼 제대로 이뤄졌다. 이여상은 양신팀 투수 양준혁의 공을 정확하게 잡아당겨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전성기 마해영처럼 호쾌한 장타를 터뜨리며 2루 베이스에서 두 팔 번쩍 들어 환호했다. 스코어를 8-3으로 벌리는 쐐기타.
6회초에도 이여상은 등번호 33번의 박한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타석에서 똑같이 그를 흉내내며 관중들과 선수들을 웃음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1루수 앞 땅볼로 아웃됐지만 방망이를 겨드랑이에 낀 채로 장갑을 뗐다 붙이고, 헬맷을 벗었다 쓰며 오른 어깨를 당기고 왼쪽 허벅지를 때리는 시늉을 똑같이 묘사해 박한이마저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7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이여상은 등번호 25번의 배영수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배영수의 트레이드마크인 배를 튕기고 다리를 까딱이는 투구폼으로 던졌고, 적시타를 맞은 뒤에는 머리를 두드리는 자책까지 완벽하게 따라했다. 1이닝 2피안타 1실점.
이여상은 "지난해 대회에서 양준혁 선배님을 흉내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양준혁 선배가 어제 저녁 자리에서 '올해고 기대한다'고 말해 무엇을 준비할까 했다"며 "마해영 선배 폼으로 운 좋게 좋은 타구가 나왔다. 오픈스탠스라서 그런지 공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양준혁 감독은 "이제 이여상이 없으면 안 된다. 앞으로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이여상은 계속 출전해야 한다"며 "정작 시즌 때 여상이가 잘 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시즌 때도 오늘처럼 잘 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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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