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주말드라마가 아니라 주말시트콤이다.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황당한 이야기 전개로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며느리 오디션에 임하는 광박(이윤지 분)과 세달(오만석 분)을 시험하기 위해 자작 납치극을 벌이는 호박(이태란 분), 미란(김윤경 분)에게 버림받는 세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광박은 진지하게 며느리 오디션에 임했다. 그를 떨어뜨리기 위해 상남(한주완 분)의 아버지 대세(이병준 분)가 5단계의 철저한 시험을 준비했음에도 광박은 포기하지 않았다. 꽃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야무지게 차려입고 고군분투하는 광박의 며느리오디션 도전기는 눈물 겨웠다.

대세가 준비한 시험들은 상식시험, 섹시댄스, 요리 등 다양했다. 광박은 진지하게 각 단계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섹시댄스 과목에서 영달(강예빈 분) 옆에서 어설픈 섹시미를 내뿜는 광박의 모습은 안방극장에 웃음을 안겼다.
또한 이날 호박의 납치가 그의 자작극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호박은 떠나간 남편 세달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시험해보기 위해, 그에게 자신을 구하려면 1억원을 만들어오라고 한 것. 세달은 이도 모른 채 발에 땀나도록 돈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
결과는 처참했다. 1억원은 옆집 애 이름이 아니기에, 당연히 세달은 돈을 구하지 못했다. 그는 미란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그러나 미란은 "너 재미없다"며 오히려 그에게 자신의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세달은 미란의 돈으로 산 옷가지를 하나하나 벗어던졌다. 마지막 시계까지 모두 벗어낸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속옷 한장 뿐이었다. 세달은 속옷만 입은, 그것도 5만원 지폐가 그려진 속옷을 입고 눈보라 속을 뚫었다.
이 같은 에피소드들은 마치 시트콤을 연상케한다. 실제 있을법한 일들을 그리는 것이 드라마라고 한다면, '왕가네 식구들'은 이보다 한 술 더 뜬다. 사실 며느리 오디션을 개최하는 예비 시아버지는 지구상 몇만분의 일 확률로 있을 존재다.
요즘말로 '병맛' 웃음을 주는 전개다. 극 말미 오만원짜리 지폐가 그려진 노란 속옷을 입고 호박의 이혼 통보 편지를 읽는 세달의 모습은 슬픈 비극이라기보다 황당한 희극이었다. 세달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충분히 비극이었음에도 말이다.
전개가 어찌됐든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영남 작가가 그려내는 어딘가 이상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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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