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민, "메이저리그 도전, 아직 10년 더 기회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2.08 06: 18

"메이저리그, 될 때까지 도전할 것이다". 
허민(37) 고양 원더스 구단주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두 가지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기업인과 스포츠인이 그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말 소셜 커머스 업체 위메프 공동 대표에서 사임, 경영보다 투자자 역할로 바뀌었다. 
양준혁 야구재단의 개최로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참가한 허민은 "사람들은 나를 두고 기업인이라고 하지만 난 정말 진지하다"고 말했다. 그의 진지함이란 바로 구단주를 넘어 야구선수로서의 삶이었다. 

▲ 야구가 좋다, 좋아서 하는 것
허민은 이날 자선대회에서 양준혁 감독이 이끄는 '양신'팀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조성환·윤희상·최준석 등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1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총 투구수 12개 중에서 8개가 스트라이크로 특유의 너클볼을 효과적으로 제구했다. 허민의 각도 크고 느린 회전의 너클볼에 프로 타자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전 불펜에서 포수로 공을 받은 SK 김광현도 놀랐다는 후문. 
최근 허민은 허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몸 상태가 안 좋다. 하지만 그는 "이벤트 게임이라 참가했다. 좋은 일에 초청받아 흔쾌히 왔다"며 "평소 80~90km 던지는데 오늘은 50km 정도밖에 안 나온 것 같다. 힘 빼고 던졌다"고 말했다. '선수'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그는 야구를 하는 것이 정말로 즐거운 듯했다. 
허민은 "야구를 좋아한다. 좋아하니까 계속 하는 것"이라며 "너클볼을 8년간 매일 3시간씩 훈련했다"고 말했다. 허민을 기억하는 모 야구 감독은 "대학 때부터 본 그는 야구를 정말로 사랑했다. 야구를 그냥 하는 게 아니었다. 정말 진지하게 야구를 대했다"고 증언했다. 너클볼을 배우기 위해 '원조 너클볼러' 필 니크로를 무작정 찾아가 배운 것은 유명한 일화. 지난 2011년 12월에는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을 창단시키며 꿈의 구단주가 됐다. 
▲ 구단주로서의 삶, 고양은 목적지 도착
허민은 고양 원더스의 구단주다. 원더스는 2년간 무려 17명의 선수를 프로에 진출시키며 한 때 야구를 포기해야 했던 이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허민은 "원더스는 이미 목적지로 왔다. 구단 운영비로 1년에 40억원 정도 드는데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원더스의 운영비는 허민의 자비로 쓰여진다. 
그는 넥센 외야수 안태영의 이야기를 꺼냈다. 원더스 창단 멤버로 지난해 8월 넥센에 입단했다. 올해 1군에 데뷔한 안태영은 12경기 타율 3할5푼3리 12안타 1홈런 3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7월27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전을 가진 그는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로 활약했다. 허민은 "안태영처럼 우리팀이 아니었으면 야구를 포기할 뻔한 선수들이 다시 기회를 잡은 게 의미있다"고 말했다. 
선수로서도 욕심이 있는 그이지만 원더스에서 구단주 겸 선수로 뛰지 않는 것도 구단주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원더스에서 구단주 겸 선수를 할 생각은 없다. 내가 선수로 뛰게 되면 간절한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된다. 다른 구단에 선보이고, 기록을 쌓아야 하는데 그것을 막을 수 없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나의 일"이라며 구단주로서 역할을 잊지 않았다. 
▲ 선수로서의 삶, 메이저리그 도전
허민은 구단주이지만 선수로 불리길 원한다. 그의 야구는 한국보다 미국이 주무대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야구하지만, 미국은 야구를 하기 위해서 야구한다. 미국 생활이 나에게는 맞다"는 것이 허민의 말. 그의 도전도 미국 나아가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를 향하고 있다. "무조건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하겠다"는 포부다. 
그 원천이 바로 너클볼이다. 허민은 "평소 10개 중 8개는 너클볼로 던진다"며 "난 직구가 빨라봤자 110km 정도다. 프로 선수로는 몸 상태로 보나 나이로 보나 어렵다. 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너클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소속돼 있는 미국 싱글A 수준의 독립리그 캔암리그 락랜드 볼더스에서 5명의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150km 이상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는 게 그다. 
허민은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메이저리그 추세상 내게 기회가 주어지는 어려울 것이다. 일단 트리플A 수준 독립리그까지 진출하고 싶다. 여기서는 메이저리그로 가는 선수들도 있다. 롯데 쉐인 유먼도 이곳을 거쳤다"며 "메이저리그는 될 때까지 도전할 것이다. 트리플A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오퍼가 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욕심 내서 되는 건 아니지만 될 때까지 되라는 식으로 할 것이다. 실패를 많이 해봤기에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도전의 기간은 향후 10년이다. 허민은 "너클볼 투수는 평균 45세의 나이에 은퇴한다. 내 스승 니크로는 48세까지 선수생활했다. 45세에 16승을 거뒀다. 그에 비하면 난 아직 10년 더 기회가 있다"며 웃은 뒤 "너클볼 투수는 길이 다르다.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5월 독립리그 개막을 준비하기 위해 원더스 캠프에서 몸을 만들 계획이다. 김성근 감독은 "비장한 각오를 하라"며 지옥 훈련을 예고했다. 구단주 이전 야구선수이기에 가능한 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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