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착한 ‘사랑해서’가 불륜을 다루는 진지한 자세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2.08 09: 35

어느새 불륜은 안방극장의 단골 소재가 됐다. 자주 쓰이기 때문일까? 최근엔 불륜이 막장 드라마들의 단골 소재로만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 막장 드라마들에서 불륜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불륜 당사자들의 파렴치함에 혀를 차게 만들어 시청률을 견인하는 자극적인 소재로 쓰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명 ‘청정극’으로 불리는 착한 드라마 MBC 주말극 ‘사랑해서 남주나’(연출 김남원, 애쉬번 극본 최현경)가 다루는 불륜은 여타 드라마와는 다른 그 진지함이 눈길을 끈다.
사실 알고 보면 ‘사랑해서 남주나’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불륜이다. 주인공 세 남매 정유진(유호정 분)-정유라(한고은 분)-정재민(이상엽 분)의 아버지 정현수(박근형 분)는 과거 한 차례 불륜을 저질러 가족들에게 상처를 안겼다. 둘째인 정유라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일부러 유부남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버지 불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배다른 막내 정재민은 평생 누나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와 마음속에 또 다른 상처를 안고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버지의 불륜을 그럭저럭 잘 극복해 온 것으로 보였던 첫째 정유진에게도 드디어 시험이 닥쳤다. 팔불출인 줄만 알았던 남편 강성훈(김승수 분)이 외간 여자와 호텔에서 나왔다는 스캔들이 터지게 된 것.
지난 7일 방송된 ‘사랑해서 남주나’에서는 남편의 불륜 스캔들에 크게 화를 내는 정유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평소 강성훈은 애정 표현을 잘 해주지 않는 정유진에게 애교를 부리며 사랑받기에 힘쓰는 착한 남편이었다. 이날 강성훈을 유혹할 마음이 있었던, 어린 시절 알던 동생 민영(정소영 분)은 그의 옷에 물을 쏟아 호텔방으로 그를 유혹했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강성훈은 난감한 표정을 짓다 옷이 마르자 거침없이 그 방을 나왔다.
그러나 이미 터져버린 스캔들은 안 그래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정유진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정유진은 남편의 해명을 채 듣기도 전에 집 안에 있던 꽃병을 던지며 화를 폭발시켰다. 남편의 변함없는 사랑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던 그였기에 충격이 더 컸던 것. 정유진은 아버지의 외도 사실로 인해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있었고, 그게 두려워 남편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다 주지 않았다. 늦은 밤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다가도, 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면 무관심한 척, 잠이든 척 했던 그였다.
이처럼 '사랑해서 남주나'는 불륜 그 자체가 아닌 불륜이 낳은 치명적인 결과물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에 집중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때문에 자극적인 장면들 보다는 불륜으로 인해 가족들이 받는 상처가 얼마나 크고 오래가는 것인지를 부각시키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또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보인 갈등의 해소 역시 '청정극'다웠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정유라는 언니와 아버지의 만류로 결국 연인과 이별했고, 조금씩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아 가고 있다. 정재민 역시 열등감을 극복하며 취업에 성공,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차례의 실수로 가족들과 멀어져 버린 정현수 역시 자녀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동시에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경력이 있는 홍순애(차화연 분)를 만나 마치 부인에게 못해준 것을 되갚아 주기라도 하듯 달달한 황혼로맨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늘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상처보다는 갈등 해결에 힘써왔던 착한 첫째딸 정유진은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게 될까. 진지한 '사랑해서 남주나' 식 힐링 대처법이 어떤 모양일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ujenej@osen.co.kr
'사랑해서 남주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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