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왕가네', 시청자도 연기자도 난감해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12.08 11: 10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난감한 설정의 연속으로 시청자에 민망함을 안기고 있는 가운데, 배역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의 고충도 눈길을 끈다.
지난 7일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며느리 오디션에서 열연을 펼치는 광박 역 이윤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윤지는 황당함의 연속인 며느리 오디션에 참가해 모래사장에서 뛰고 구르고 막춤을 추거나 뿅망치 게임을 하고, 이로 무까지 가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 극 중 섹시한 영달 역으로 등장하는 강예빈은 가슴으로 이윤지를 밀어 넘어뜨리고, 그런 이윤지를 노려보는 최대세 역 이병준은 이윤지와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며느리 오디션 장면을 완성했다.
이같은 장면은 시트콤이나 코미디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과도한 설정으로 시청자에 민망함을 안기는 가운데,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장면이 연결되는 아슬아슬함의 연속을 보였다. 

또 하나의 황당 설정인 호박(이태란 분)의 납치극에서는 세달 역 오만석이 고군분투했다. 그는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미란(김윤경 분)에 비굴하게 굴다가 결국에는 맨몸으로 쫓겨났다.
오만석은 김윤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람 좀 살려달라"고 눈물을 펑펑 흘렸지만 이 장면은 과도한 설정으로 시청자에 실소만을 안길 뿐이었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오만석이 김윤경에게서 얻었던 값비싼 옷과 시계를 모두 벗어던지며 눈보라가 치는 한겨울 밤, 그것도 오만원 권이 프린트 된 속옷 한 장만을 걸치고 당당히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오만석은 분노에 가득찬 눈빛 연기와 표정 등 최고의 연기력을 보였지만, 한심한 허세달이라는 캐릭터는 한숨만 자아냈다.
이러한 장면에서 이윤지와 오만석 모두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윤지와 오만석은 연기력으로 시청자에 사랑받는 배우들. 이들은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다방면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이름을 굳히며 활약하고 있지만, '왕가네 식구들'의 밉상 진상 캐릭터 안에 갇혀 그간 쌓아올린 이미지까지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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