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류현진, MLB 성공 비결은 '류바깥'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2.09 06: 14

좌완투수에게 바깥쪽 공은 큰 무기이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할 때 줄곧 바깥쪽으로 공을 던져 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을 몸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 뒤 체인지업을 던지면 속을 가능성이 대폭 올라간다.
구위에 자신이 있는 좌투수는 타자 몸 쪽으로 붙이는 정면승부를 즐겨하지만 제구력이 좋다면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나 몸 쪽 공은 타자의 의표를 찌르는 용도로 놔두고, 줄곧 바깥쪽 승부를 하는 편이 장타를 피할 길이다.
류현진(26,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바깥쪽 공을 집중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류현진은 바깥쪽 승부에 능한 좌투수였지만, 극단적으로 바깥쪽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에 변화를 줘 바깥쪽에 사활을 걸었다.

 
메이저리그 기록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는 스트라이크 존을 9개의 구역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은 4개 구역으로 구분해 총 13개의 구역에 들어간 투구의 개수를 공개하고 있다. 좌투수가 우타자를 상대할 때 스트라이크 존인 1,4,7과 볼로 선언된 11, 13번에 공이 들어간다면 바깥쪽으로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좌타자를 상대한 경우에는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바깥쪽으로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을까. 이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은 우타자를 상대할 때 전체 투구 수 3241개 가운데 1491개를 바깥쪽에 던져 4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선발투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데 1위는 에릭 스털츠(샌디에이고)로 절반이 넘는 50.1%의 공을 우타자 바깥쪽으로 던졌다.
좌타자를 상대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은 좌타자를 상대할 때도 투구수 2041개 중 550개를 바깥쪽으로 던졌다. 이 역시 2위에 해당하는데 좌타자와 우타자를 모두 합치면 류현진은 전체투구 가운데 38.6%를 바깥쪽으로 선택했다.
류현진 외에도 바깥쪽 승부를 주로 펼친 지오 곤살레스(워싱턴)와 존 레스터(보스턴), 콜 해멀스(필라델피아)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체인지업 구사에 능숙한 선수라는 점이다.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주무기가 있는 좌투수는 우타자 바깥쪽을 공략하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바깥쪽 위주의 승부를 펼친 끝에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는 본인이 자신의 기량과 주무기, 그리고 한계를 명확하게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A.J. 엘리스의 전력분석도 한 몫 했다. 데뷔 첫 해 엘리스는 류현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볼배합으로 찰떡궁합을 뽐냈다. 류현진도 엘리스를 완벽하게 믿고 그가 이끄는 대로 공을 던졌다.
바깥쪽 공으로 첫 시즌 재미를 본 류현진. 내년에는 이제 상대 타자들도 준비를 하고 나올 것이다. 류현진이 속칭 '2년차 징크스'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체인지업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 명품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체인지업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커브와 슬라이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우타자 오른발 뒤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는 체인지업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류현진의 커브는 올해 기복이 심했다. 커브가 잘 듣는 날은 무시무시한 투구를 했지만, 커브 제구가 몰리면 속절없이 공략 당하곤 했다.
좌투수는 바깥쪽 공만 잘 던져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류현진도 내년 투구 스타일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초 시작될 류현진의 스프링캠프 과제는 정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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