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여왕' 김연아(23)가 크로아티아에서 거둔 성과는 무엇일까.
김연아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기술점수(TES) 60.60점 예술점수(PCS) 71.52점 감점 -1점을 받아 합계 131.12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73.37점을 더한 204.49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안도 미키(일본, 176.82점), 3위는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 169.24점)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73.37점)을 경신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아쉽게 시즌 최고점(아사다 마오, 207.59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가 기록한 204.02점을 웃돌며 '원격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부상으로 인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않은 김연아에게 있어 이번 대회는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치르는 리허설이었다. 새로 바꾼 쇼트프로그램고 프리스케이팅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자, 발등 부상에서 얼마나 회복했는지 점검해볼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으로 컴페티션 무대에 나서는 만큼, 실전감각을 조절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김연아는 올림픽을 앞두고 의미있는 세 가지 성과를 얻었다. 첫 번째는 체력이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더블 악셀 점프,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럿츠+트리플 플립 콤비네이션 점프의 첫 번째 럿츠 점프 착지 과정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멘탈갑'답게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연기를 훌륭히 마무리했지만, 체력적인 부분을 더욱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재확인된 셈이다.
'아디오스 노니노'의 경우 탱고 특유의 리듬과 멜로디에 맞춘 안무 때문에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트리플 살코+더블 토룹의 콤비네이션 점프를 일부러 전반부에 배치하는 등 체력적인 안배를 해둔 상황이었다. 김연아 본인도 "아직 체력이 다 올라온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올림픽까지 완벽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체력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바 있다. 체력만 100% 올라온다면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다.
이번 대회에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점프 실수를 미리 경험했다는 점도 소득이다.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은 것과 같다. 특히 순위 등에 부담없이 프로그램을 점검하는데 온 힘을 기울일 수 있었고, 빙상장의 규모 등을 확인하며 실전 감각을 깨운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가다듬는 기회가 됐다는 사실도 의미가 깊다.
마지막 성과는 자신감이다. 올림픽 시즌을 치르는 김연아에게 있어 부상으로 인한 그랑프리 시리즈 불참은 부담이 될 법한 일이었다. 전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좋은 점수를 받아두는 것은 대부분의 스케이터들에게 있어 중요한 일로 인식된다. 특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관으로 치러지는만큼, 심판들에게 눈도장을 받아둘 수 있다. 아사다 마오(23, 일본) 등이 그랑프리 시리즈를 리허설 무대로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김연아는 부상으로 인해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뛴 후 B급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눈도장'을 찍을 필요는 없었다.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가 출전하는 대회가 곧 A급 대회였다. 세계 언론은 김연아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냈고, 올림픽 시즌의 특수성을 더해 그가 있는 크로아티아를 프레올림픽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오히려 같은 기간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한 결과다.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올라있는 그에게 있어 올림픽은 달성하고, 제패해야만 하는 무거운 목표는 아닐 듯하다.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는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성적보다는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에 나가서 즐겁게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던 김연아가 아닌가.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것들은, 김연아 자신이 마지막 올림픽을 후회없이 즐기기 위한 몇 가지 기분 좋은 성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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