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가 K리그 챌린지로 강등을 당했다. K리그 역사상 상주 상무와 광주 FC, 대전 시티즌, 대구 FC에 이어 다섯 번째다. 하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강원은 승격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후 무자격 선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 논란을 만들었다. 1차전을 1-4로 패배했지만 상주가 무자격 선수를 출전시켰으니 결과를 바꿔달라는 주장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무자격 선수가 출전한 팀은 0-3 몰수패를 당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지난 6일 오후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하루 앞두고 강원은 "4일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상주 상무가 무자격 선수를 출전시켰다며 몰수패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의 주장만 놓고 본다면 틀린 것은 없었다. 당시 상주 소속으로 출전한 백종환은 원래 강원 소속으로, 그의 임대 계약서에 원소속팀과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은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되어 경기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3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이의 제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빠진 사항이 있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이사회 의결 사항이다. 3월 열린 이사회에서 '상주 선수들의 원소속팀 출전 불가는 9월 이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9월 전후로 상주 선수들이 20여 명이 전역으로 빠져 선수단 구성도 힘든 것을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의결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강원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1차전을 앞두고 강원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에 해당 사항에 대해 문의를 했고, '출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 또한 1차전 출전 선수 명단이 발표돼 백종환이 출전하는 것을 알았을 당시에는 조용했다. 그러나 경기서 1-4로 대패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1차전 결과를 2차전에서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사회 결의 사항이 백종환의 계약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또한 해당 계약서가 이사회 결의 이후인 7월에 작성됐고, 연맹에서 확인을 하고 등록을 시킨 만큼 자신들의 이의 제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연맹은 강원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회는 모든 구단들의 합의체인 만큼 강원도 동의한 사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입장이었다. 또한 7월 계약서에 강원이 주장하는 조항이 삽입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 사항은 이번 시즌에 모두 적용되는 사항인 만큼 계약서에 모두 명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연맹 이사회의 결의 사항은 결의 직후 규정과 같은 효력을 발휘했다.
연맹의 답에도 강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 출전을 했지만 연맹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강등이 결정됐음에도 1차전 경기에 대한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는 강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강원의 태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맹 이사회는 연맹의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 각 구단의 합의체인 연맹 이사회는 구단들의 의견을 조율해 결정을 내린다. 즉 연맹 이사회의 결의 사항은 각 구단들의 입장을 모아 결정된 사항이다. 이 때문에 이사회의 결의 사항은 K리그에 소속된 모든 구단들이 따르고 있다. 몇몇 구단에 확인해 본 결과 상주 선수들의 출전 불가 조항에 대해 세부적으로 삽입한 곳은 없었다. 강원과 상주의 계약서와 같은 내용이었다.
물론 강원의 이의제기도 이해할 수는 있다. 시즌 내내 강등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는데, 강등이 눈 앞으로 다가오니 두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결책을 찾다보니 사전에 알고 있던 백종환의 출전 자격을 문제 삼게 된 셈이다. 1차전을 크게 패배하지만 않았더라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차전을 너무 크게 패한 탓에 사실상 강등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해 계약서와 결의 사항의 빈 틈을 이용하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의 이러한 행동은 강등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생긴 일이다. 강등을 당하면 다시는 승격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비롯된 일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만족할 수는 없지만 한 시즌 동안 자신들이 이루어 낸 결과를 부정하는 셈이다. 반대로 지난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강제 강들이 결정됐던 상주를 생각한다면, 시도조차 하기 민망할 이의제기이기도 하다. 상주는 강원보다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경기 결과가 아닌 강제 강등을 당했고, 그 슬픔을 이겨내고 1년을 노력해 승격의 조건을 갖추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섰다.
강원으로서는 시련을 견뎌내고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상주를 롤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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