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찾아올 것인가.
KIA의 2014 연봉협상 테이블에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사상 세 번째 리그 8위의 성적표를 받았으니 줄줄이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메이저리 출신 베테랑 투수 서재응(36)과 타자 최희섭(34)은 더욱 힘겹다. 두 선수 모두 2013시즌 부진했다.
서재응은 19경기에 등판해 5승9패, 방어율 6.54를 기록했다. 앞선 3년 평균 140이닝을 넘겼으나 올해는 84이닝만 소화했다. 2012시즌 막판 44이닝 무실점 신기록을 세우며 이번 시즌 대활약 기대를 모았지만 WBC 출전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부상과 부진이 깊어지면서 팀 기여도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최희섭 마찬가지이다. 올해 78경기 출전에 252타수에 그쳤다. 초반 뜨거운 화력을 쏟아냈으나 5월 중순 이후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 타율 2할5푼8리, 11홈런, 42타점에 그쳤고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올해까지 최근 3년 연속 평균 출전이 80경기 미만이었고 300타수를 넘지 못했다.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팀 중심타자 노릇을 못했다.
연봉협상에서도 추울 수 밖에 없다. 올해 서재응은 3억5000만 원, 최희섭은 1억5000만 원을 받고 있다. 워낙 부진한 성적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폭이 문제일 뿐 삭감은 불가피하다. 협상과정에서 삭감 폭을 놓고 다소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아무래도 선수는 더 적게 깎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연봉 뿐만 아니다. 두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도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당장 내년부터는 주전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내년 선발진은 김진우, 양현종, 송은범, 외국인 선발, 박경태, 임준섭 등이 포진하고 있다. 서재응은 후배들과 경쟁을 이겨야 한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최희섭도 1루 및 지명타자를 놓고 나지완, 외국인타자, 김주형, 김주찬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는 싸움이다.
이런 와중에 구단과 선동렬 감독은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육성은 곧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주전 및 베테랑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방편도 있지만 실제로 팀의 체질을 바꾸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고참선수들의 입지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두 선수에게 기대감을 보내는 눈길도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생존의 본능이 꿈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동렬 감독도 지난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도 "서재응과 최희섭이 내년에 잘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테랑이 중심에 있어야 팀은 안정된다. 과연 두 선수가 겨울을 견디고 따뜻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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