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힐링’ 김구라, 용도 폐기자 아닌 부끄러운 한 사람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2.10 07: 30

개그맨 김구라는 과거 인터넷 방송국에서 막말을 하던 자신에 대해 “용도폐기가 됐다”라고 표현했다. 지상파 방송의 개그맨이었지만, 어느새 생존을 위해 이 일 저 일 마다하지 않고 해야 하는 삶은 한마디로 여유가 없었다.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인생이었지만, 그는 이미 방송을 포기하고 있었고, ‘용도폐기’라는 단어는 당시의 자포자기한 심정을 그대로 설명해주는 단어였다.
김구라는 9일 오후 11시 15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서 독설에 흥하고 막말에 부끄러워해야 했던 인생사를 털어놨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했던 과거, 그리고 그 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됐던 동료 연예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날 김구라는 과거 처음으로 KBS 2TV ‘스타골든벨’에 나가 자신의 독설을 들었던 연예인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그 때 내가 갔을 때 한 19명이 나를 ‘왜 여기 왔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본 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며 “내가 잘못한 부분이다. 지금도 미안하다. 참 고맙게도 그 친구들이 나이가 20대 초 중반인데 ‘미안하다’라고 말하면 ‘오빠 됐어요’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다. 나는 지금도 가끔 만나면 어색하고 쑥스럽고 미안하다. 표현은 못한다”라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구라는 연신 자신의 과거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음을 밝히며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거듭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위안부 관련 발언으로 모든 방송을 하차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문제의 기사를 본 순간 1분도 안 돼서 방송 하차를 결심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늘 과거의 발언들에 대해 의식하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로 책임감을 느꼈던 것.
라디오 DJ가 꿈이었던 청년 시절의 김구라는 단지 라디오 DJ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연예인이 되려 했다. 그는 KBS 공채 탤런트 시험을 봤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병헌 씨랑 14기 동기가 될 뻔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의 꿈은 개그맨이 되고 난 뒤 과일 장사와 내레이터 모델(?), 자동차 판매, 인천 송도 모텔촌의 애로 영화 감독 등의 다양한 일을 돌고 돌아 먼 훗날 한 인터넷 방송국에서 후배의 대타로 DJ를 맡게 되며 이뤄졌다. 
인터넷 라디오 DJ 시절 한 달 월급은 60만 원 정도였다. 그는 당시에 대해 “정치, 연예에 대해 황봉알 씨랑 나랑 신문을 보고 하면서 우리의 시각대로 방송을 하다 보니 한마디로 약간 과잉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세상의 욕, 막 욕했을 때 후환이 두렵지는 않았나”라는 MC들의 질문에 “이미 그때 방송계 힘들겠다, 포기했었다. 미국 같은 곳을 보면 해적 방송도 있고, 이런 쪽에서 하면 되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했다. 지상파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엇다. 나는 지상파에선 이미 용도 폐기된 친구였다. 미래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아버지 아프고 애는 크고….”라고 회상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구라는 인생역전의 아이콘이자 아이러니의 대명사다. 스스로가 말했듯 용도 폐기됐던 그는 우연한 계기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를 그 자리까지 올려준 독설이란 무기는 또다시 그를 끌어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여전히 마음 한 켠을 무겁게 한다. 이날 밝힌 그의 인생사는 100% 잘한 것도, 100% 못한 것도 없는, 생존에 쫓기며 살아온 부끄러운 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였고, 그만큼의 감동이 있었다.
eujenej@osen.co.kr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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