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가 3년을 끌고 올 수 있었던 힘이라면, 감동과 웃음이 적절히 섞여있다는 것. 얼토당토하지 않은 고민에는 그만 듣자고 냉철하게 뿌리치면서도, 가슴 아픈 사연에는 함께 눈시울을 붉힐 수 있는 곳이 ‘안녕하세요’다. ‘안녕하세요’가 한쪽 귀는 없지만 희망을 노래한 20살 청년의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했다.
‘안녕하세요’는 지난 9일 방송에서 선천적으로 오른쪽 귀 없이 태어난 20살 청년의 환한 미소를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하는데 힘썼다. 이 청년은 방송을 통해 세상에 첫 발을 디디고 싶다며 출연을 결심했다.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았다.
그는 자신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귀를 보여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는 무거워지지 않았다. MC들은 대신에 이 청년의 용기 있는 선택에 따스한 응원을 했다. 이영자는 자신의 조카가 1급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어 노래가 위안이 됐다는 이 청년은 이날 이적의 ‘거위의 꿈’을 불렀다. 눈을 지긋하게 감고 가사를 읊조리는 청년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게스트로 출연한 알리는 20세 청년의 노래에 왠지 모를 슬픔을 찾아내며 눈물을 쏟았다. 알리를 비롯한 박완규, 바비킴, 이정은 선배로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노래는 많이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도 열정에는 힘찬 응원을 했다. 독설 심사로 유명한 박완규는 선글라스를 벗고 용기를 북돋았다.
가수들의 말대로 청년의 노래는 뛰어난 기교는 없었다. 하지만 노래에 진심을 담아 불렀기에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더 이상 외톨이가 되기 싫어서 세상 문을 두드렸다는 청년의 용기가 멋있었기에 노래 역시 감동적이었다.
이날 이 청년은 “모든 것을 밝히니깐 속이 시원하다”면서 “귀는 이렇게 생겼지만 당당하게 살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청년의 여자친구와 절친한 친구 역시 친구의 당당한 용기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청년의 힘찬 첫 발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이날 방송을 통해 그를 응원하는 지원군을 양산했다.
이는 ‘안녕하세요’의 무시 못할 내공이다. 전국 고민 자랑이라는 케이블TV ‘짝퉁’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어느새 시청자들의 고민의 짐을 덜어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한쪽 귀는 없지만 밝게 생활하겠다고 마음을 다진 20세 청년의 희망가는 ‘안녕하세요’가 안방극장에 따스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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