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과의 계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시선은 그들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다”.
2000년대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선수 재활용으로 재미를 봤던 팀이다. KIA 출신 마크 키퍼가 2003시즌 쏠쏠한 활약을 해줬고 2005시즌 중반 KIA에서 온 다니엘 리오스는 2007시즌 22승을 올렸다. SK에서 웨이버공시되었던 좌완 크리스 니코스키는 2009시즌 후반기 두산의 실질적 1선발이었으며 2010년 LG 출신 좌완 레스 왈론드는 미운 오리였던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포스트시즌서는 백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일련의 전례를 들어 팬들로부터 ‘줍산’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두산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해 ‘줍산’ 꼬리표 떼기에 나섰다.
두산은 지난 9일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 경력의 강타자 호르헤 칸투(31)와 총액 3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칸투는 2004년 탬파베이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이듬해 28홈런, 플로리다(마이애미 전신) 소속으로 2008년 29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꾸준한 활약을 했다. 올 시즌에는 멕시코리그에서 31홈런을 기록하며 파괴력을 보여줬다. 최근 2년 간 메이저리그 활약이 없었다는 것은 아쉽지만 일발장타력, 그리고 지명도는 역대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최고급이다.

3시즌 동안 38승을 올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의 계약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남은 이는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이 상황에서 두산이 칸투를 영입했다는 것은 외국인 선수 수급에 꽤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올 시즌 캠프 도중 켈빈 히메네스의 팀 합류가 불발된 뒤 두산은 시즌 개막 전까지 좌완을 찾았으나 기대했던 개릿 올슨은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지금은 좌완 선발 유희관이 있어 굳이 하나의 카드를 외국인 좌완으로 한정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올 시즌을 마치고 한화에서 보유권을 푼 우완 데니 바티스타, 좌완 대나 이브랜드 등 타 팀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린 외국인 투수들의 재활용 가능성 이야기도 떠돌았다. 올해 합류하지 못했던 히메네스도 최근 “2010시즌 한국에서의 기억은 정말 좋았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며 두산으로의 복귀를 희망했다. 그러나 두산 측은 “우리의 시선은 그들보다 더 좋은 투수”라며 한국 무대 유경험자 재활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기에는 두산이 이전에 붙었던 ‘줍산’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실제로 두산은 2011시즌부터 스카우트팀이 직접 한국 무대를 처음 밟는 선수들을 영입해 활용하고 있다. 2010시즌이 끝난 후 히메네스의 일본 라쿠텐행, 왈론드와의 재계약 포기 속 두산은 물밑에서 그해 KIA에서 뛰었던 로만 콜론의 트레이드 협상을 고려했으나 KIA가 당시 트레이드 불가 대상이던 포수 용덕한(롯데)을 요구하며 없던 일이 되었다.
그와 함께 타 팀 출신 외국인 선수 재활용에 대한 뜻을 접은 두산은 2009년부터 중남미 윈터리그에 스카우트팀을 파견한 경험을 토대로 새 얼굴 리스트를 작성해 후보군을 압축해왔다. 올 시즌 데려오려던 히메네스의 경우는 2010시즌 두산에서만 뛰었고 팀이 국내 보유권을 지니고 있는 만큼 재활용이라기보다 재신임을 하려다 선수 본인이 부상을 이유로 합류 불가능을 통보한 케이스다. 충분히 구단 스카우트 자체의 능력과 투자로 새 얼굴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한 셈이다. 실제로 히메네스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서 두산이 데려온 대어이며 2011년 니퍼트의 영입도 현장을 놀라게 한 두산의 야심작이었다. 테스트 불참으로 영입이 불발되기는 했으나 니퍼트의 짝으로 처음 고려된 이는 거물 좌완 오달리스 페레스였다.
또한 11월 중 FA 세 명의 전원 이적, 연봉 5억원을 받던 김선우(LG)의 전격 방출 등과 관련해 두산 그룹 위기설이 맞물려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던 바 있다. 그러나 스토브리그 광풍 후 대어 외국인 선수 영입은 구단에서 ‘그룹 위기는 사실 무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와 함께 두산은 “국내 리그 경험자 재활용은 없다. 우리의 시선은 그들보다 훨씬 좋은 선수를 찾는 데 있다”라며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자신감을 표명했다.
11월 두산은 거센 폭풍우 속 힘든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여기에 김진욱 감독 퇴진과 함께 전력 중추 가동에 도움을 주던 코칭스태프도 연이어 팀을 떠났다. 코칭스태프 재구축이라는 당면 과제와 이어 선수단 세대교체라는 과제를 안은 두산. ‘줍산’ 이미지 탈피를 공표하며 외국인 선수 영입에 여느 때보다 큰 비중을 둔 두산의 2014시즌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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