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골든글러브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오후 4시40분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다. 어느덧 32회째를 맞은 올해 골든글러브의 최대 격전지는 바로 투수 부문이다. 넥센 손승락(31)이 지난 1994년 정명원 이후 19년만의 구원투수 수상을 노리는 가운데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SK)과 찰리 쉬렉(NC)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올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선정된 투수는 모두 7명. 국내 투수로는 구원왕 손승락을 비롯해 다승왕 배영수(삼성) 승률왕 류제국(LG) 홀드왕 한현희(넥센)가 올랐다. 외국인 투수로는 다승왕 세든과 평균자책점 1위 찰리 그리고 탈삼진 타이틀을 가져간 레다메스 리즈(LG)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손승락·세든·찰리가 꼽힌다.

손승락은 마무리투수 중에서 최고 활약을 펼쳤다. 57경기에서 62⅔이닝을 던지며 3승2패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다. 2006·2011년 오승환이 두 차례 기록한 한 시즌 최다 47세이브 다음 가는 기록으로 넥센을 창단 첫 4강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모두 상징성 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
문제는 마무리투수에 대한 인식이다. 오승환은 2006·2011년 모두 마무리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2006년에는 괴물 신인 류현진에게 밀렸고, 2011년에도 시즌 MVP를 차지한 윤석민에게 뒤졌다. 최고 마무리투수도 최고 선발투수를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과연 어떻게 될까.
선발투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로는 세든과 찰리 두 외국인이다. 세든은 30경기에서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160개를 기록했다. 다승 공동 1위, 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 3위로 고른 성적을 올렸다. 찰리는 29경기 11승7패 평균자책점 2.48로 승수는 조금 모자라지만 평균자책점 1위에 등극했다.
세든과 찰리 모두 훌륭한 성적을 올렸지만, 2006년 류현진이나 2011년 윤석민처럼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다. 두 선수의 소속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같은 외국인 투수들끼리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내구성에서는 투구이닝-탈삼진 1위를 차지한 리즈의 존재감이 훨씬 더 돋보인다.
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인지도'. 올해부터 골든글러브는 '공격, 수비, 인지도에 동일한 비중을 둔다'고 알렸다. 손승락이 오승환과 함께 한국프로야구 대표 마무리투수로 인지도가 탄탄한 반면 세든과 찰리는 그렇지 못하다. 외국인 투수들에 불리한 조건. 지난해 브랜든 나이트가 장원삼에 밀린 이유다.
손승락과 외국인 투수들의 싸움으로 압축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예상대로 손승락이 차지할지 아니면 외국인 투수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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