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류현진, 1년 만에 확 달라진 위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10 06: 21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2년 12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류현진(26)의 LA 다저스 입단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류현진은 세간의 평가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다저스의 핵심 요원으로 자리했다. 당시 언론 기사와 지금을 비교하면 류현진의 괴물 같았던 1년을 실감할 수 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문을 두드린 류현진은 최고 입찰액(약 2573만 달러)를 써낸 다저스와 협상을 거듭한 끝에 결국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당시는 계약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사인했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 물론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발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미 언론들은 류현진의 다저스 계약을 전하면서도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은 반응을 내놨다. 미 언론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류현진은 물음표 투성이”였다. 여기에 선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당시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FA대어 잭 그레인키는 물론 조시 베켓, 크리스 카푸아노, 채드 빌링슬리, 테드 릴리, 애런 하랑 등 선발감들이 즐비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그래도 MLB 경력이 류현진보다 훨씬 많았다. 검증된 투수들이라는 점도 있었다. 류현진은 어디까지나 후발주자였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미 언론들의 시선은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 러닝과 담배 논란이 일기도 했었고 코칭스태프에서도 류현진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류현진의 통역이자 다저스의 국제 마케팅 담당인 마틴 김은 당시를 회상하며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에 이르러서야 팀 내에서 류현진에 대한 믿음이 형성됐다”라고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승리자가 됐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한 모습으로 선발 경쟁을 이겨나갔다. 그 사이 경쟁자는 떨어져 나갔다. 베켓과 빌링슬 리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고 릴리와 하랑은 류현진에 밀려 팀 내 가치가 떨어졌다. 카푸아노도 부상 탓에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했던 팀이 트레이드로 리키 놀라스코를 데려왔을 정도였다. 반대로 이런 악재를 모두 이겨낸 류현진은 팀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1년 뒤 언론 기사의 뉘앙스는 완전히 바뀌었다. 1년 전 미 언론들은 류현진을 “다저스 선발진의 후보 중 하나”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커쇼, 그레인키의 이름 바로 뒤에 류현진의 이름이 나온다. 데이빗 프라이스의 트레이드 관련 기사에도, 다나카 마사히로의 영입 관련 기사에도 류현진이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 논조는 없다. 확실하게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MLB 첫 시즌에서 거둔 14승과 평균자책점 3.00의 성적은 류현진의 롱런을 향한 안정적인 기반으로 자리했다. 2014년 12월 10일, 류현진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는 또 어떨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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