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44) 강원FC 감독이 끝내 K리그 챌린지 강등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택했다. 강원은 10일 오전 김 감독이 9일 밤 구단 직원들과 만나 사퇴의사를 알려왔다고 공식발표했다. 주된 이유는 역시 강원FC를 K리그 클래식에 잔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2위를 차지한 강원FC는 K리그 챌린지 챔피언 상주 상무와 함께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강원은 7일 홈구장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상주 상무를 1-0으로 이겼다. 하지만 강원은 1차전서 1-4로 대패하는 바람에 골득실에서 2골을 뒤져 강등이 확정됐다.
▲ 아직 강원은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강원은 상주 상무 백종환의 ‘무자격 논란’의 마무리를 하지 않은 상태다. 강원은 지난 6일 오후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하루 앞두고 “1차전에 상주 상무가 무자격 선수(백종환)를 출전시켰다며 몰수패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주 소속으로 출전한 백종환은 원래 강원 소속으로, 그의 임대 계약서에 원소속팀과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6일 제3차 이사회(2013.3.26) 결정에 의거, 백종환의 출전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강원은 2차전 종료 후 강등이 확정된 뒤에도 여전히 같은 주장을 하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렇듯 구단의 올 시즌 마무리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장 김용갑 감독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김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백종환 논란에 대해 “구단이 연맹과 할 일이 남았다고 하니 지켜보겠다. 그것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 구심점 잃은 강원의 리빌딩은 어떻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김용갑 감독은 “내가 합류하기 전의 강원 성적은 나와 무관하다. 강원은 그 때와 전혀 다른 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인바 있다. 이어 “강원에 이렇게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처음이다. 강등 플레이오프에 오길 잘했다”는 여유까지 부렸다.
1차전 1-4 대패 후에도 김 감독은 “아직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2차전이 끝난 뒤 강등이 확정된 뒤에야 김 감독은 “사실 선수단 사기를 위해 그렇게 말했지만 1차전 후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다”며 그제야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수장으로서 선수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이어 내년 시즌 계획에 대해 “내가 부임한 후 115일 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다. 올해 마무리가 잘 안됐다. 부임 전 2진이었던 선수들을 베스트 11로 키웠다. K리그 클래식에 강원의 한 축을 담당할 선수로 성장시켰다. 구단과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투혼과 정신력에 기술을 가미시킬 것”이라고 희망찬 구상을 했었다.
챌린지 강등으로 인해 강원은 당장 구단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더구나 김 감독의 사퇴로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선수들을 붙잡을 명분이 없어졌다. 이는 내년 시즌 성적하락과 관중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까지 김용갑 감독이 강원의 지휘봉을 잡으며 팀을 클래식으로 승격시키길 원했던 강원 팬들의 한숨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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