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임은주 강원 사장님, 어디 계시나요?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3.12.10 08: 21

김용갑 감독이 강원을 떠난다.
2000년 전북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U-17 대표팀코치 U-20대표팀 코치를 거쳐 FC 서울과 광저우 헝다 등에서 수석코치를 하며 경험과 경력을 쌓아온 김용갑 감독은 강등 1순위로 꼽혔던 강원을 스플릿 라운드에서 12경기 6승 3무 3패를 기록하며 기적적으로 팀을 구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상주와 승강 플레이오프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서 밀리며 강등을 막아내지 못했고, 자진사퇴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이와 함께 생각나는 이가 있다. 임은주 사장이다. 지난 5월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 경영자(CEO)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임은주 사장은 침묵하고 있다. 꼼수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렸지만 팀은 강등되고 감독은 떠나가는데 강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임은주 사장은 요지부동이다.
2년전 대표이사직 고배 후 올해 노력 끝에 사장에 오른 임은주 사장은 팀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초 여자심판이기도 한 임 사장은 마지막 경기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K리그 팬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지난 6일 오후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하루 앞두고 강원은 "4일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상주 상무가 무자격 선수(백종환)를 출전시켰다며 몰수패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의 주장만 놓고 본다면 틀린 것은 없었다. 당시 상주 소속으로 출전한 백종환은 원래 강원 소속으로, 그의 임대 계약서에 원소속팀과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은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돼 경기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3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이의 제기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3월 열린 이사회서 의결된 상황이었다. 9월 이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어쩔 수 없는 상주 사정을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강원이 갑자기 계약서를 들고 나선 것이었다. 1차전서 1-4의 대패를 당하고 나서야 계약서를 들이 밀었다. 그 전까지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던 강원이었다. 강등을 피하고자 한 것이었다.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 결정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던 강원은 계약서상 문구로 시비를 걸고 있다. 민사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강원의 승리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강등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것은 사실로 드러난 상황.
이 모든 것이 사장의 결정없이 이뤄졌을 리 없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첫 여성 CEO가 된 임은주 사장이 이를 몰랐다면 이는 강원 직원들이 사장을 기만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임 사장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축구인으로서도 안타깝다. 냉철한 판단을 했던 심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는 점이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물론 강원이 강등을 막기 위해 마지막 방법을 쓰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시즌 내내 강등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강등이 현실로 다가오니 두려울 수밖에. 1차전을 크게 패배하지만 않았더라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임은주 사장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떳떳하게 나서야 한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풀어 나가야 할 문제들은 빨리 해결하는 것이 현재 임은주 사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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