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남편의 외조 덕분일까. 배우 한혜진의 감정연기가 눈에 띄게 깊어져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한혜진은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과거 남편 김성수(이상우 분)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상처로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자, 동시에 본인도 최근 외도를 끝낸 복잡한 캐릭터 나은진 역을 소화하고 있다. 극중 은진은 성수와 갈등으로 이혼까지 선언했으나 이후 관계를 조금씩 회복해 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혜진은 버럭했다 다시 침착해지는 극단적인 감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고 있다. 정체불명의 누군가에 쫓겨 도망을 다니는 모습에서는 폭발할 듯한 호흡으로 긴장감을 높였고, 가족들과 함께 할 때는 다정하고 친근한 동네 주민으로 변신하며 공감대를 더했다.

지난 9일 방송된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은진은 성수의 외도 사실을 안 후 그를 타박하는 친정 엄마 김나라(고두심 분) 앞에서 발끈했다. 동시에 송미경(김지수 분)과 대화를 나누다 눈물을 터뜨리는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은진과 성수는 싸움을 밥 먹듯이 하는 위기의 부부였으나, 오히려 나라가 끼어들면서 묘한 로맨스가 싹텄다. 나라가 성수를 몰아세울라 치면 나타나 언성을 높이며 남편 편을 들었다. 그러다가도 둘이 남으면 다시 티격태격하며 평범한 부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정체를 알 수 누군가에 쫓기는 장면에서는 스릴러물을 연상시킬 만큼 흥분하며 당황스러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가빠지는 호흡만큼이나 극의 긴장감도 높아진 것. 공포스러운 상황은 미경이 벌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미경이 자신의 남편 유재학(지진희 분)과 은진이 은밀한 사이라는 사실을 안 후, 두 사람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 미경은 두 사람이 샤워가운만 걸친 채 바라보는 장면을 상상하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은진은 미경 앞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신세한탄을 했다. "이런말 왜 언니한테 하는지 모르겠어요. 언니하고 있으면 무장해제되는 느낌이에요"라고 말하며 설명이 힘든 속내를 눈물 방울로 표현했다.
한혜진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위해 영국에서 신혼 생활을 뒤로 하고 귀국했다. 이로 인해 제작발표회 등 매체와 만나는 자리에서 남편 기성용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결혼한 후 더 좋아졌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매일 문자를 보내 응원을 해준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기성용의 외조 덕분일까. 한혜진은 놓을 때 완전히 놓고, 잡고 싶을 때 휘어잡으며 극의 감정선을 끌어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감정연기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던 그가 이제는 그 감정연기로 안방극장을 적시고 있는 것. 한혜진이라는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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