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힙합비둘기'라고 칭하며 평화롭고 조용하게 예능계를 장악하고 있는 가수 데프콘의 활약이 무섭다.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 고정 멤버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거나 서브 멤버로 출연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MBC '나 혼자 산다'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등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만 네 개에 파일럿프로그램에도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다.
데프콘의 예능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무한도전'에서 비롯됐다. 데프콘은 '무한도전' 제8의 멤버라 불릴 만큼 자주 출연했다. 조정특집을 비롯해 못친소 특집, 관상 특집, 달력배송, 자유로가요제부터 최근에는 연말을 맞아 기획된 쓸친소 특집에도 등장했다. 데프콘은 '무한도전'에 출연할 때마다 멤버들에게 섞여 감초 역할로 조용하게, 차근차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무한도전'에 데프콘이 출연하는 것은 특집이 아니라 자연스러워 보일 만큼 친숙해졌다.
'무한도전'에서 만난 개그맨 정형돈과는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에서 MC로 호흡을 맞추며 본격적으로 MC로서 활약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능숙해진 진행능력과 데프콘만의 찰진 멘트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예능계에서 그만의 영역을 점점 더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런 데프콘이 빛을 발한 것은 MBC '나 혼자 산다'에서였다. 혼자 살고 있는 남자 스타들의 싱글라이프를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는 방송 초반부터 색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데프콘은 관찰 카메라 앞에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냈고, 향초를 켜놓고 깔끔하게 집 청소를 하는 등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실생활을 보여줘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최근에는 KBS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침체기였던 '1박2일' 시즌3에 새 멤버로 발탁되며 폭넓은 활약을 예고하공 있는 것. 자신이 나설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앞으로 많이 나서지 않으면서도 의욕적인 모습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더불어 요즘 예능계 대세로 떠오른 데프콘의 효과를 입증이라도 하듯 '1박2일'은 새 시즌을 맞고 줄곧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종영된 KBS 2TV 파일럿 프로그램 '근무중 이상무'에서도 활약이 돋보였다. 체험 버라이어티인 '근무중 이상무'는 데프콘, 기태영, 이훈, 오종혁, 황광희의 경찰관 체험기를 그렸다. 데프콘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경찰 체험이라는 주제에 맞게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진행된 경찰관 교육에서는 1위를 차지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케이블채널 tvN '팔도 방랑밴드'는 데프콘의 예능감과 함께 음악적인 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윤종신과 조정치, 뮤지, 신봉선 등 최근 예능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준 연예인들이 모두 모였다. 데프콘은 그 속에서도 조용히 자신의 영역을 다지며 음악인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 기대를 더한다.
조용한 감초에서 예능계 중심으로 우뚝 선 데프콘이 보여줄 다음 활약에 관심과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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