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시청률의 제왕', 막장극 명예의 전당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12.10 16: 52

"나, 시청률의 제왕 박대표야!!"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장수 코너 '시청률의 제왕'이 최근 막장 드라마의 잦은 논란에 더불어 매회 참신한 아이디어로 날개를 단 듯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률의 제왕'에 언급되지 않은 드라마라면, 진정한 인기 드라마가 맞는지 다시 한 번 의심을 해봐야 할 정도. 지상파는 말할 것도 없고 케이블, 종편 가리지 않고 막장 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적절히 녹여낸 '시청률의 제왕'은 시청자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며 폭풍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시청률의 제왕'은 시청률의 제왕 박대표 박성광을 필두로, 발연기로 극을 엉망으로 망치는 아이돌가수인 류근지와 양선일, 이상훈, 김태원, 허안나 등의 멤버들이 유동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시청률의 제왕'은 이런 식이다. 제작사 대표인 박성광이 "시청률 좀 올려보자!", "PPL 무조건 넣어~넣어~"라고 말하면, 연기자들이 등장해 평범한 연기를 펼친다. 실시간 시청률을 알려주는 화살표는 바닥. 이에 박대표가 "너네 뭐하냐"며 배신, 망나니, 분노, 반전 등의 키워드를 외치면 연기자들은 뜬금없이 배신을 하거나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미쳐버리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숨겨둔 여자가 끊임없이 등장하면 결국에는 남자 배우가 "나도 사실 여자"라고 말하거나, "높은 사람 불러와"라고 한다면 김정은, 박근혜까지 등장하는, 막장에서 매번 더욱 더 파들어가는 면모로 웃음을 유발한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는 연기자들이 뜬금없이 죽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무리하게 넣은 상조회사 PPL을 위했던 것. 박대표가 "너 죽어"라고 지시하면, 그 손가락 끝에 선 배우들은 어이없어서 죽거나, 웃다가 죽거나 하는 식이다. 이는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에서 배우들의 돌연사를 연상케 하며 폭풍 웃음을 자아냈다. '오로라공주'는 '시청률의 제왕'의 단골 소재.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황당 대사는 '치질세포도 생명이다'라는 코믹 대사로 돌변했다.
현재 월화극 1위,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는 '기황후', '상속자들'도 '시청률의 제왕'을 피해갈 수는 없다. 박성광은 자극적인 연출을 위해 영화 '쌍화점'을 언급, 왕 양선일에게 곁에 있는 남자 무사와의 로맨스를 주문해 웃음을 자아냈다. 왕 양선일은 "말하는 것도 천하구나. 지켜주고 싶게"라고 버럭, '상속자들'을 연상케하는 장면을 선보여 관객들을 폭소케했다. 한 스태프가 심의에 걸리겠다고 걱정하자, 박성광은 "피해가 보자. 사실 남장여자다"라고 '기황후'의 설정을 끌어들였다.
또 '시청률의 제왕'은 같은 방송사 식구인 '왕가네 식구들'까지 과감하게 무대 위에 올리며 "주말드라마답게 자극적으로 시작하자"고 외쳤고, 왕수박(오현경 분)으로 분한 허안나는 "나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야"를 반복하며 "애들 어딨느냐"고 묻는 남편 이상훈의 말에 "마트에 두고 왔다", "개념은 어디에 두고 왔느냐", "백화점에" 등의 막장 대사로 '왕가네'를 비틀었다.
이같은 '시청률의 제왕'의 거침없는 비틀기 행보에는 디스의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개콘'의 한 관계자는 OSEN에 "'시청률의 제왕'은 현재 드라마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웃음을 주기 위해 드라마 속 재밌는 소재를 찾아내 패러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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