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전망되는 포수 포지션의 유력 후보자 강민호(28, 롯데)와 양의지(26, 두산)가 서로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로 유력 수상 후보를 미루면서도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당당히 골든글러브를 받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올해 골든글러브 포수 포지션은 후보 선수들이 예년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일단 공격에서는 양의지가, 수비에서는 강민호가 앞서 있는 가운데 표심의 행방을 놓고 분석이 분주하다. 두 선수도 수상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 오히려 서로에게 수상의 영예를 미루는(?) 모습도 드러냈다.
먼저 행사장에 들어온 양의지는 “별 느낌이 없다. 전혀 받을 것 같지가 않다”라며 마음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여줬다. 양의지는 이어 “더 잘해서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다”라며 내년 더 좋은 성적을 다짐했다. 수상에 대한 미련은 그다지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뒤따라 들어온 강민호의 반응도 똑같았다. 강민호는 “솔직히, 진심으로 못 받을 것 같다”라고 운을 뗀 뒤 “팀 성적에서 의지가 앞선다. 그래서 의지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상소감도 준비해오지 않았다”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 뒤 양의지와 똑같은 말을 했다. 강민호는 “올해는 의지가 받고, 내년에는 내가 더 좋은 성적을 내서 받고 싶다”라고 웃었다.
한편 골든글러브 포수 포지션은 강민호 양의지 외에 삼성의 두 포수인 진갑용 이지영이 경쟁하고 있다. 역대 포수 부문 최다 수상자는 김동수 현 넥센 코치로 7번이다. 만약 강민호가 이날 수상할 경우 통산 네 번째 수상으로 김 코치, 이만수 현 SK 감독(5회)에 이어 박경완 현 SK 퓨처스 감독(4회)과 함께 공동 3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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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