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골든글러브 최대 격전지는 역시 예상대로 투수였다. 일대 혼전이 벌어졌다. 손승락이 19년 만에 불펜투수로서는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가운데 외국인 투수들도 비교적 선전하면서 안개 국면으로 빠져 들었다.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2013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리토리움에서 열렸다. 사실 나머지 포지션들은 큰 이변이 없었다. 수상자의 면면, 그리고 득표율도 예상과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안개가 자욱했던 투수 포지션은 역시 경쟁이 치열했다.
총 유효표중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손승락(넥센)의 득표는 고작 97표. 딱 30%였다. 2위는 배영수(삼성)로 80표였다. 17표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3위 크리스 세든(SK)도 79표를 가져갔고 4위 찰리(NC) 역시 41표를 기록했다. 그 외 리즈(LG)가 15표, 류제국(LG)이 11표였다.

지난해도 장원삼(삼성)과 나이트(넥센)의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 당시 128표를 얻은 장원삼은 121표의 나이트를 7표차로 제쳤다. 그러나 지난해가 양자 대결의 구도였다면, 올해는 다자 대결의 구도였다. 1위 손승락과 3위 세든의 표 차이가 크지 않아 결국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뤄졌다.
손승락의 수상은 의미가 있다. 1994년 정명원 이후로 불펜 투수로는 첫 수상이다. 아무래도 선발에 더 점수를 줬던 기존 투표 풍토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손승락도 시상 전부터 "내가 받는다면 지금까지 불펜 선수들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이다. 모든 불펜 선수들을 대표로 해 받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외국인 투수들은 다승왕 프리미엄을 안은 배영수가 80표를 가져가면서 다시 수상의 꿈과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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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