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방송계는 스타작가의 활약이 돋보였고 그와 동시에 명암이 엇갈렸다. 시청률, 시청자 반응, 방송계의 평, 팬층의 여부 등을 종합해 이들의 성과를 평가해 볼 수 있겠다. 그들은 진화했을까 퇴보했을까?
- 홍자매-김은숙..자기복제 속 진화
'찰진 대사'로 유명한 홍자매와 김은숙은 시청률 안타를 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하면서도 새로움에 대한 영역을 조금 더 확장시켰다.

홍자매와 김은숙은 한국 드라마 '로코'(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대표되는 작가들. 밝고 재미있고 통통 튀는 분위기 속에 해피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각자만의 공식이 있다.
홍자매는 SBS '주군의 태양'으로 전작 KBS 2TV '빅'의 부진을 씻어냈다. '빅'이 홍자매 스타일의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보이고, 시청률도 부진했다면 '주군의 태양'은 마지막회가 21.8%(이하 닐슨코리아)로 마감, 요즘 안방극장 '마의 벽' 20%를 넘고 성공을 거뒀다.
로코와 공포를 결합시킨 장르의 조합이 돋보였던 '주군의 태양'은 공효진의 출연, 소지섭의 캐릭터 등으로 전작 '최고의 사랑'의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하긴 해도 또 다르게 재미있다'라는 긍정적인 평을 얻어냈다.
김은숙은 종영울 앞둔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로 귀에 감기는 아찔한 대사 향연 속 남녀 관계의 팽팽한 긴장감을 잘 살리는 본인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여기에 '이런 것도 가능하다'란 소재의 확장을 보여주며 한 뼘 더 넓은 스케일을 보여줬다.
전작 SBS '신사의 품격'에서는 꽃중년을 주인공으로 다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반대로 고등학생으로 연령층을 대폭 낮춘 것. 당초 '상속자들'은 배우 이민호의 출연으로 '꽃보다 남자'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미드 '가십걸'과의 비교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뻔한 10대 학원물에서 벗어난 김은숙표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시청률도 안타. 지난 5일 방송에서 23.9%를 나타냈다.
이들은 자기복제 속 진화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홍자매는 '스타일'에 관해 "대중 문화에서 하나의 색깔인 것 같다. 특색있는 맛이 있으면 브랜드가 되듯이 색깔이 있는 건 나쁜게 아닌 것 같다. 9개를 했는데 색깔이 확실하게 있으면서 가려면 완전히 뒤집어엎을 수는 것 같다. 색깔이 분명한건 '왜 저래 쟤네'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는건데, 색깔을 가지고 가면서 변화를 주는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우리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을 받는 입장이고 보게 만들어야 하니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라고 의견을 전한 바 있다.

- 문영남·임성한..문제적 작가 여전 퇴보 우려도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의 문영남과 MBC '오로라 공주'의 임성한은 한국 대표 문제적 작가의 입지(?)를 다시금 단단히 굳혔다.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에서는 이름값을 했지만 작가 자체의 브랜드는 다소 빛을 발한 모습이다.
'왕가네 식구들'은 초반부터 상식 외 설정, 보는 이의 짜증을 유발하는 전개 등으로 논란의 드라마로 떠오른 이후 최근 며느리 오디션과 남편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한 자작 납치극 등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비난을 받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데는 성공,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같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별반 나아갈 것이 없다는 평.
드라마의 이런 논란에 대해 '왕가네 식구들' 관계자는 "어떻게 해결될지는 문영남 작가만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이야기 진행은 해피엔딩으로 가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영남 작가의 필력을 믿는다. 작가의 의도대로 나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문 작가는 가족 드라마를 추구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모두 행복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8일 방송에서 무려 37.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임성한은 올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신기생뎐'에서 레이저 발사 눈이라는 드라마의 새 차원을 열어제낀 원래 본인만의 기이한 스타일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들에 비해 가장 독했다는 평. 종영을 앞둔 '오로라 공주'는 시간이 갈수록 시청률과 팬이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에 더해 송사의 이미지 하락까지 불러올 수 있는, 퇴행적인 드라마라는 지적도 받았다. 논란과 이슈 등 자극성으로 시청률을 높이면서 방송사의 이미지까지 깎아먹을 수 있는 질적 저하를 낳는다는 것이 우려할 점.
한 방송 관계자는 "막장 드라마가 비난을 받으면서도 돈이 된다는 인식이 심어질 때가 문제다. 특히 '오로라 공주' 같은 경우는 시청자들의 원성이 쇄도하고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작가 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듯 하다"라고 전했다.

- 이우정..예능과 드라마 둘 다 잡은 '온리 원'
요즘 가장 돋보이는 채널은 tvN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응답하라 1994',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등을 통해 이우정 작가는 방송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로 급부상했다. 홍자매에 이어 예능 출신 작가로 선두주자를 달리게 됐지만 예능과 드라마를 동시대에 넘나들며 활약한다는 점에서 가히 '온리 원'이라고 할 만 하다. 지상파 막장 드라마와 대비되는 감수성 넘치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방송계에 기분좋은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는 KBS는 물론 예능가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이른바 '이명한 라인'도 한 몫 했다. 현재 '천재 작가', '괴물 작가'로 불린다.
이 외에도 김수현 작가는 현재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선보이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시청률 뒷심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올해에 새롭게 조명받은 신성들도 있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 KBS 2TV '비밀'의 유보라 작가 등이 그 필력을 인정받으며 향후 행보를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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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드라마 포스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