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한 시즌이 끝났다. 두 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포항 스틸러스는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한 해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은 다르다. 특히 포항과 시즌 내내 우승 경쟁을 벌였던 팀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아쉬움이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전북 현대의 아쉬움은 무척 크다. 시즌 전 전력 보강을 하며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의 우승을 위해 달려왔지만 손에 남은 우승컵은 없었다. 특히 FA컵의 경우 포항과 연장전 접전을 펼쳤지만 승부차기 패배로 우승컵을 놓쳤다.
▲ 공격진, 부상 속출로 아쉬움 ↑

아쉬움을 유발한 포지션은 공격진이다. 부상자가 쉴 새 없이 나왔다. 특히 후반기에는 100% 전력을 가동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공격진의 부상 공백은 포항과 FA컵 결승전에서 유난히 도드라졌다. 부상으로 결장한 이동국과 이승기의 공백을 메울 수가 없었다. 포항이 후반전과 연장 전후반 동안 단 한 개의 슈팅을 시도하지 못한 것과 달리 전북은 쉴 틈 없이 포항 골문을 향해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없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마찬가지다. 11월 9일 울산전을 시작으로 3경기서 2골에 머물렀다. 우승을 놓치게 한 결정적인 경기였던 울산전에서 이동국이 2달여 만에 복귀했지만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었던 11월 16일 포항전도 공격진의 부상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이동국과 호흡을 맞춰야 했던 케빈이 경기 전날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됐다. 결국 전북은 포항에 패배했고, 연패로 인해 전북은 결국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포기하게 됐다.
▲ 수비진, 모래성→철벽...환골탈태
완벽하게 변한 수비진이었다. 전북은 시즌 초 수비진의 흔들림이 심했다. 새롭게 합류한 정인환과 윌킨슨의 조합은 좋지 않아 보였다. 특히 윌킨슨은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실수를 범하며 흔들림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공격은 합격점이었지만, 불합격점이었던 수비 때문에 전북은 6월 말 리그 8위까지 떨어져 스플릿 후 상위그룹 진출 실패 걱정을 해야 할 정도였다. 전북은 추락 원인을 알고 있음에도 해결을 하지 못하며 힘든 하루 하루를 보냈다.
결국 수비진의 흔들림은 최강희 감독을 복귀하게 만들었다. 당초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놓고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려고 했던 최강희 감독은 6월 말 전북으로 복귀해 직접 선수들을 지도했다. 일일이 수비라인을 잡아주는 등 수비진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흔들림의 대명사였던 전북 수비진은 완벽하게 바뀌었다. 방출 직전이었던 윌킨슨은 '벽'으로 변신해 '월(Wall)킨슨'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최강희 감독 복귀 후 전북은 24경기서 25실점을 기록했다. 그전까지 14경기 24실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였다. 수비에서 안정화를 되찾은 전북은 리그 순위를 3위까지 끌어 올려 5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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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