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담] 최종준 전 LG, SK 단장, ‘프런트야구=나쁜야구’는 부적절한 인식이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12.11 09: 15

올 시즌이 막을 내린 뒤 두산 베어스가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각종 조치를 프런트 주도의 행정, 즉 ‘프런트야구’라고 통칭하는 현상이 주목 받고 있다.  두산은 FA 선수 전원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팀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김선우 투수는 팀을 떠나 라이벌 LG 트윈스에 입단했고, 프런트 주도의 트레이드 행보에 이은 김진욱 감독의 전격 경질 등 일련의 흐름 속에서 두산 구단은 강한 비판에 시달려야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프런트 야구’가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이런 ‘프런트 야구’는 무조건 매도당해 마땅한 것일까.  
이에 OSEN은 과거 LG와 SK 와이번스의 단장 재직 시절  ‘강한 프런트’가 ‘명문구단’을 만든다는 논리를 주창했던 최종준(62)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하 최 총장)에게 최근 프런트 야구 논란을 비롯한 프로야구계의 현상에 대한 진단을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OSEN : 안녕하십니까? 오늘 귀한 시간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근황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최 총장 :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6월부로 체육회 사무총장 4년의 임기를 마쳤습니다. 지금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 스포츠현장에서 진행되는 경영실무를 사례위주로 정리한 4번째 책(가제 ‘대한민국스포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집필 작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에 발간 예정입니다.
-OSEN : 근년에 들면서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성장한 프로야구와 관련된 몇 가지 현상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먼저 최근 두산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 총장 :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두산은 모 그룹의 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프런트의 전문성이 잘 결합되어 프로야구단을 매우 세련되게 운영하는 구단입니다. 물론 너무 투자에 인색하다는 일부의 비판이 있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면서 팬 층도 매우 두꺼워진 명문구단에 속합니다. 그러나 최근 두산의 행보를 보면 전과는 다르게 다소 어색한 조급함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OSEN : 무엇보다도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것에 대해서 야구인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요?
▲최 총장 : 우선 올해 두산의 한 시즌을 되돌아보죠. 두산은 개막 이후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하기까지 상당히 긴 기간 가시밭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기대성적에 못 미치자 현장(감독)의 전투능력에 회의를 갖는 팬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오죽하면 단장과 감독의 동반 퇴진운동이 상당기간 진행되었겠습니까? 이를 유추해보면 구단(프런트) 역시 감독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는 별도로 현장에서의 전략수립과 전술집행에 대해 장기간 회의적인 시각이 누적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현장의 지도자, 특히 야구감독은 매우 복잡한 조직과 기능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현장에서 직접 책임조치 할 부분과 위임해야 할 사항들을 조화롭게 구분해서 좋은 결과를 잘 수렴하는 관리자로서의 능력발휘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결정적일 때 이길 수 있는 본능적인 전투능력(Killer Instinct)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마 이에 대해 프런트가 진한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정규리그 4위에 턱걸이 하고 사다리타기 식 포스트시즌 제도에 크게 힘입어 어렵사리 한국시리즈에 진출은 했지만 우승이 아니라면 프런트의 감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요지부동이었기 때문에 그 같은 결과(경질)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구단이 감독을 경질할 때는 인간적인 면과 능력은 좋지만 성적이 나쁜 어쩔 수 없는 경우와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구단의 미래지향성과 방향이 맞지 않는 경우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이번 경우의 두산은 이 두 가지 모두가 같이 해당된 것으로 보입니다.
-OSEN : 최근에 ‘프런트 야구’라는 표현이 화두입니다. 야구단 실무를 맡았을 당시에 강한 프런트의 필요성을 주창했던 당사자로서 이에 대해 한마디 부탁합니다.
▲최 총장 : 예민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프로야구는 매우 복합적인 기능이 유기적으로 조화가 되어야 하는 스포츠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현장(감독, 코치)과 프런트가 조화를 이루면서 각기의 기능을 고도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프로야구는 다른 프로스포츠종목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구단프런트가 매우 큰 노릇을 해야 합니다. 선수단 특히 1군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시즌 동안의 선수단 운영에 대한 전권이 주어지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나머지 필요충분조건들인 스카우트, 선수육성, 의료지원, 마케팅과 홍보, 경영, 시설관리와 같은 프런트의 고유 영역 역시 선수단의 성적표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프로야구 초기에 비해서 지금은 구단프런트의 수뇌진에 경기인 출신이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인과 비경기인을 가르는 표현인 ‘프런트 야구’라는 표현은 이제 쓰지 않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OSEN : 그렇지만 프런트가 감독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너무 휘두른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현실 아닙니까?
▲최 총장 : 어떤 조직, 어떤 경우이던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해야 합니다. 프런트는 인사권을 너무 남용해서도 안 되며, 현장(선수단) 역시 전체를 보고 미래지향성을 추구하는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흔히 두산을 일컬어 ‘화수분 야구’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바로 이것이 두산의 프런트와 현장의 조화 속에 명문구단의 기반이 강화되어 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점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야구경영 측면에서는 분명히 일리가 있지만 그와는 별도로 타이밍의 문제, 정도의 문제, 팬 심(心)의 보살핌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실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구단 경영진은 동반자로서 현장(감독)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각종 구단 경영시스템을 선진화해서 완벽하게 현장을 지원하고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통한 체질강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강한 프런트’ 본질입니다. 프런트 야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식해서 그것이 곧 나쁜 야구라는 등식이 굳어지면 구단경영의 선진화, 전문화는 요원해집니다. 비유하자면 프로야구라는 선박이 일단 출항을 하면 항해에 대한 전권은 선장(감독)의 권한이지만, 선장이 성공적인 항해를 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제공하는 것은 선박회사(프런트)의 몫이 됩니다. 구단의 주인인 모그룹의 임원이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프런트가 인식이 되면 절대 안 됩니다. 프런트의 전문성이 중요한 것은 전자나 건설 등 다른 직종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OSEN : 올해 FA시장이 사상초유의 대규모 투자로 마감되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 총장 : 어릴 때부터 야구에 매진했고 은퇴 시점이 일반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 야구선수의 숙명입니다. 따라서 FA제도의 혜택으로 선수 개개인에 대해 큰 동기부여가 된 것은 분명 축하 할 일입니다. 그러나 산업으로서 현재의 프로야구 시장상황을 생각해 보면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에 인기가 크게 올랐다지만 경영학적으로 보면 프로야구단은 여전히 적자기업입니다. FA기간 조정을 포함해서 근본적인 제도보완이 시급합니다. 혜택을 못 받는 상당수의 나머지 선수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대적인 박탈감 역시 큰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SK 단장 시절에 ‘한국형 FA제도’로 변형시키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1차 FA에 대해서는 성적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서 책정된 적정한 몸값을 지급하되 만일 복수구단이 영입을 희망할 경우에는 성적역순으로 확률을 부여해서 구단을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선수가 구단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FA의 기본취지에는 안 맞지만 사전 짬짜미를 예방하고 몸값을 적정수준으로 조절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여건상 불가피한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KBO와 각 구단 그리고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개선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합니다.
-OSEN : 끝으로 LG의 창단과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서 올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한 LG에 남다른 감회를 느꼈을 것 같습니다.
▲최 총장 : 먼저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가을야구에 진출한 LG구단에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태 감독은 SK에서(2003 ~ 2005년) 단장과 선수로 같이 지냈기 때문에 잘 아는 편이고, 초보 감독으로서 비교적 성공적인 두 시즌을 경험했다고 봅니다. 특히 선수를 파악하는 눈과 친화력이 뛰어난 것 같고, 감독으로서의 카리스마도 높이 평가합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굳이 건의를 한다면 작년에 있었던 투수대타 사건과 같은 경기포기 조치는 절대 없어야 합니다. 3연전이 기본인 프로야구에서 2승 1패( .667)와 1승 2패( .333)는 한경기 차이지만 그 차이가 결국 1위와 꼴찌를 가르게 되며 ‘끝날 때 까지 끝나지 않은 것’이 야구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OSEN : 올해 LG가 가을야구에는 성공했지만, 시즌 중반의 무서운 기세에 비해서 종반과 포스트시즌의 결과에는 아쉬움을 느끼는 팬들이 많습니다. 간략하게 원인을 분석해주시죠?
▲최 총장 : 두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먼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주키치 선수를 과감하게 교체하지 못한 결정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단을 조화롭게 관리하면서도 항상 냉철한 프로의 잣대를 대야 하는 것이 프로야구이고 그래서 구단경영이 어려운 것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올해 새롭게 성장한 주전급 선수들이 많아서이겠지만 경기에 출전하는 라인업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야구는 매우 개인적인 운동이지만 항상 생각해야하고 순간적인 상황변화가 많기 때문에 눈을 감고도 연결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연결동작에 대한 감각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역대 LG사상 최고의 시즌이었던 1994년의 경우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실하게 나타납니다. LG가 올해 소중한 경험을 했고 나름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에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대됩니다.
-OSEN :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최 총장 : 감사합니다.                    
/정리=홍윤표 OSEN 선임기자
최종준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송일수 두산 신임 감독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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