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을 받는 게 부끄럽네요."
롯데 안방마님 강민호(28)의 골든글러브 수상소감은 이렇게 시작됐다. 강민호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통산 4번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강민호는 3년 연속 상을 독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지만 수상소감을 말하는 강민호의 표정에는 자랑스러움 보다는 쑥스러움이 더 많았다. 개인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개막전 4번 타자로 낙점된 강민호는 타율 2할3푼5리 11홈런 57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타율은 데뷔 후 최저였고 홈런 역시 부상으로 시즌 절반을 날린 2009년 이후 가장 적었다.

팀 핵심선수로서 개인성적 부진, 그리고 팀의 4강진출 실패는 강민호를 활짝 웃지 못하게 했다. 그러한 마음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과연 강민호는 자신의 수상소감처럼 정말 부끄러운 골든글러브를 탄 것일까.
올해 골든글러브 포수부문 후보는 강민호 외에 진갑용·이지영(이상 삼성), 양의지(두산)였다. 이들 중 규정타석을 채운 건 강민호 하나 뿐이었다. 흔히 자리만 지켜도 절반은 한다는 포수 포지션에서 강민호는 올해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꾸준함을 뽐냈다.
일단 OPS를 확인해보면 진갑용은 .808, 강민호가 .757, 양의지가 .720, 이지영이 .537을 각각 기록했다. 일단 진갑용이 OPS는 가장 높지만, 강민호는 타석수가 진갑용에 비해 2배 넘게 많다. 공격으로만 봐도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강민호를 주는 게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수비 역시 강민호가 빛났다. 올해 강민호의 도루저지율은 3할8푼1리로 1위였다. 수비 실책은 강민호가 8개, 이지영이 6개, 진갑용이 4개, 양의지가 4개를 저질렀는데 이는 경기출장이 많다보니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양의지는 올해 포일 7개를 기록, 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강민호는 단 한 개의 포일도 범하지 않았다.
팀 공헌도도 높았다. 롯데 구단 내부자료에 따르면 강민호는 올해 팀 승리 중 20승 정도 기여했다고 한다. 이는 포수들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2011년과 2012년 강민호의 팀 승리기여는 올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 만큼 강민호가 올해 타석에서는 부진했을지 몰라도, 수비에서 팀 승리에 도움을 줬다는 의미다.
골든글러브는 2013년 동일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수여되는데, 강민호는 경쟁자들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랬기 때문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이며,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강민호 본인은 아쉬움이 많이 남을 2013년이지만, 이는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이 자리에 다시 서겠다"는 수상 소감처럼 내년 활약만 뒷받침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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