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유가 액션 히어로로 돌아온다. 올해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에 이어 미남 간첩물을 완성하는 영화 '용의자'(원신연 감독)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하는 그는 여심을 흔들 채비를 단단히 했다.
'용의자'는 모두의 타겟이 된 채 자신의 가족을 죽인 자를 쫓는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시사를 마친 영화는 내용과 구성 면에서는 평이 엇갈리지만 공유가 주체가 된 '액션' 하나에서는 만장일치에 가깝게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 속 공유는 싸우고 다치고 고문 당하고 쫓고 쫓기는 등 말그대로 액션 연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모조리 보여주는 듯 하다. 그 모습이 놀랍다 못해 기막혀 불사조 같은 느낌도 주지만 마냥 판타지같은 느낌은 아니다.

북한공작원 지동철로 분한 공유는 말이 거의 없다. 말그대로 말 대신 몸이다. 한 없이 고독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이 남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큰 히트를 쳤던 원빈 주연 '아저씨'가 떠오른다. 벗어 제낀(?) 상반신 속 드러나는 조각 같은 몸매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사연 담긴 그윽한 눈동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는 결의에 찬 각오, 여기에 "이 일에 관계된 사람들 다 죽일겁니다"라고 내뱉는 대사는 자연스럽게 멋진 아저씨 원빈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다만 원빈이 아무래도 생김새가 비현실적이라 만화를 뚫고 나온 느낌이었다면, 공유는 이보다는 현실적 영웅이다.

또 영화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구조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본 시리즈'와 비교 선상에 놓였는데, '본 시리즈' 외에도 다른 할리우드 영화가 때론 비춰지기도 한다. 극 중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친 3%만 살아남는다는 북한공작원을 양성해내는 장면에서는 영화 '300' 속 강자만을 길러내는 스파르타식 양육 방법이 생각나고, 후반부에서는 '글래디에이터'에서는 러셀 크로우가 분한 막시무스가 갈대 숲을 손으로 헤치면서 고독하게 걷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성적인 액션과 절절한 감성이 뒤섞인 캐릭터 지동철은 그렇게 할리우드 액션 영웅들의 이미지를 오묘하게 조합, 한국식으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서 나아가 '용의자'만이 가진 회심 장면은 스피디한 후진 추격신. 또 화제를 모았던 주체격술 같은 액션보다도 지동철이 교살 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이를 맨몸으로 헤치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극장이 탄성 소리로 가득 찬다.
급경사 계단 후진 추격신은 볼 만하다. 좁은 주택가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던 지동철이 급경사의 계단에 맞닥뜨리자 드리프트 회전을 하며 후진으로 미끄러지듯 계단을 내려가는 계단 후진 카체이싱은 할리우드에 못지 않는 한국 액션 영화의 발전을 느끼게 해 준다. 리얼함을 위해 배우들이 직접 차에 올라타 촬영을 소화해냈다는 전언이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북한 공작원이 저렇게 잘 생기면 어떻게 눈에 안 띄냐"며 트집 아닌 트집을 잡는 관객들이 더러 눈에 띈다. 이는 '아저씨' 원빈 때도 일어났던 일이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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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