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올 연말 외화 기대작 가운데 하나인 '호빗:스마우그의 폐허(이하 '호빗2')'가 오늘(12일) 서울 일부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여기서 일부라함은, 양대 멀티플렉스 CGV와 롯데시네마의 대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다. 이를테면 메가박스와 소수의 지역 상영관들이다. 영화팬은 보고 싶어하고, 극장 측엔 돈벌이가 될 인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서울 개봉이 왜 이렇게 됐을까? 주된 원인은 외화 직배사와 멀티플렉스 체인 사이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호빗2'의 배급사는 워너브라더스다. 할리우드 터줏대감이고 전세계 영화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메이저 배급사다.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을 앞세운 '호빗' 시리즈로 다시한번 지구촌 곳곳의 화폐들을 쓸어담을 기세다.
그런 워너브러더스의 '호빗2' 월드와이드 배급에서 유독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 지역에 걸림돌이 생겼다. CGV와 롯데시네마라는, 워너 입장에서 볼 때 조그만 나라의 구멍가게(?) 두 군데가 상영을 거부하고 있는 탓이다. 왜? 무엇 때문에?

물론 '호빗2' 상영 불가를 둘러싼 양 측의 주장은 180도 다르다. 먼저 워너 측 주장. '멀티플렉스 CGV가 주장한 것처럼 배급조건을 변경하고자 시도한 적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11일 공식 페이스북에 "'호빗2' 관람을 기다리는 많은 영화 팬 성원에 감사한다. 전국에 걸쳐 영화를 배급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CGV와 롯데시네마가 상영 취소를 결정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통상적으로 적용되던 종전 배급조건 변경을 시도한 적이 없다. CGV 및 롯데시네마가 제시한 배급조건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CGV와 롯데시네마 측 입장이다. 둘은 전날 각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호빗2' 상영 불가 방침을 알렸다. 양측은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서울 지역에서만 배급료를 높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개봉 직전 갑자기 '호빗'의 배급 거절을 통보했다"고 전혀 다른 배경을 밝혔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양 측이 싸우는 기본 원인은 부율 다툼이다. 부율이란, 쉽게 말해 점포 주인(극장)과 세든 상점(배급사)의 수익률 분배 비율을 뜻한다. CGV와 롯데는 최근 한국영화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영화 부율을 기존 5(극장)대5(한국영화 배급사)에서 4.5대5.5로 조정했다.
이와함께 기존 외화 부율을 함께 조정한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CGV와 롯데는 한국영화와 달리 국내시장에서 큰 소리치며 장사했던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을 상대로 기존 4(극장)대6(외화 메이저 배급사) 불평등 조약을 5대5로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에 대해 워너 등 메이저 배급사들은 이번 '호빗2' 사태가 보여주듯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마디로 까불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CGV와 롯데 측의 대응도 만만치않다.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외화들에 맥을 못추던 옛날옛적 스크린쿼터 시절과는 상황이 바뀐 까닭이다. 올해 국내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수입의 상당부분을 한국영화 흥행으로 챙겼다. 여기에 여론을 감안해 한국영화 부율까지 올려줬으니 이제 할리우드 메이저배급사의 눈치만 계속 보고살 이유가 없다는 자세다.
이렇듯,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의 횡포 아닌 횡포와 CGV-롯데의 배짱 아닌 배짱이 정면으로 부딪친게 바로 '호빗2' 사태의 전말이다.
피해자는 늘 그렇듯,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영화팬, 즉 관객들이다. '호빗2' 보고 싶으면 알아서 열심히 인터넷 두드려 상영관 찾아가서 보는 수밖에 없다. 상영관이 대폭 줄었으니 매진사례가 이어질게 뻔하다.
워너 측은 잊지않고 한 마디 남겼다. "저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관객분들께서 서울 지역을 포함한 전국 상영관에서 저희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희 영화 관람을 바라는 모든 분들께서는 지역별 상영일정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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