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라스’, 누구든 웃긴 무격식 토크쇼의 마력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2.12 08: 37

지루할 수 있는 설교조의 문어체를 사용해 재미 없는 사람이라는 가수 박정현도 빵빵 터뜨릴 수 있는 토크쇼. 무대 위에서 무게감 있는 가수 바비킴도 다소 방정 맞은 입담꾼이 될 수 있는 토크쇼.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비방과 폭로가 난무하는 무격식의 토크쇼를 내세우며 야심한 밤 시청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했다.
‘라디오스타’는 지난 11일 방송된 연말 파티 특집을 통해 윤도현, 바비킴, 박정현과 피아니스트 이루마를 초대했다. 연말 콘서트 홍보를 위해 자리한 이들은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예능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갔다. 무대 위에서 감동을 주는 이들의 한층 친근해진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의를 샀다. 이들이 연말 파티라는 제작진의 낚시질에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등장했기에 방송 내내 MC들의 날선 질문에 호되게 당하거나 서로를 물어뜯느라 정신이 혼미해지는 과정이 더욱 즐거움을 안겼다.
이날 가장 큰 웃음 지점은 작정하고 맹공격을 펼친 바비킴. 바비킴은 절친한 윤도현이 걱정할 정도로 윤도현에 대한 과감한 폭로를 이어갔다. 윤도현이 예능프로그램 내레이션을 하며 침착하고 정갈한 이미지를 얻은 것에 대해 ‘이미지 메이킹’을 잘못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거침 없이 몰아세우다가 “워낙 친한 사이지만 보는 분들은 불편했나 보다. 윤도현 씨 팬들에게 많이 혼났다”고 급하게 해명을 하며 미워할 수 없는 애교를 발산해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이 진행하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시간대가 너무 늦어 아무도 보지 않는다며 “죽겠어요. 국장님”이라고 MBC 간부를 난데없이 찾아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이날 바비킴은 방송 중간에 윤도현과 팬들에게 사과하는 엉뚱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바비킴이 워낙 입담이 좋은 재주꾼이라면, 언제나 침착하게 문어체를 사용한다는 박정현은 웃기지 않는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다. 이날 박정현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MC들과 출연진의 눈치를 보며 “재미 없죠?”라고 귀여운 애교를 보였고 이는 오히려 안방극장의 배꼽을 쥐게 했다. 이미 바비킴으로부터 “재미 없는 사람”으로 찍힌 박정현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만큼 웃기겠다고 보여준 열정적인 자세는 ‘라디오스타’라서 빛났다. 박정현이 말을 할 때마다 재미를 위해 심드렁한 표정을 짓거나 재미 없다고 깐족거릴 수 있는 MC들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
‘라디오스타’는 격식과 예의를 차리지 않고 재미를 위해 달려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야기와 태도 수위 조절에 실패해서 출연진의 사과로 이어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 MC들의 짓궂은 행동이 도마 위에 올라 방송을 통해 반성하는 뒷모습이 공개되기도 한다.
장난감 마니아 케이윌의 장난감을 함부로 대했다는 시선으로 장난감 마니아들 사이에서 예의 없다고 ‘찍히기도’ 했던 김구라가 방송을 통해 겸연쩍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 ‘라디오스타’다. 다소 중구난방하기에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엇갈리고, 이에 따라 시청률 오르고 내림이 유독 심한 프로그램이지만, 이 무격식 토크쇼가 안기는 마력은 도무지 벗어날 수 없다.
jmpyo@osen.co.kr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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