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을 곧잘하는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는 같은 뜻이면서도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비스트의 지난 앨범 '섀도우'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며 대표적인 작곡돌로 인정받아온 용준형이 13일 본인의 솔로앨범으로 진검 승부를 가른다. 1989년생, 한창 감성이 예민하고 트렌디한 나이일 그는 특유의 다크한 힙합 장르의 신곡 '플라워'로 노래 뿐만아니라 안무, 스타일링까지 모두 진두지휘하며 뮤지션으로 나설 예정이다.
# 차근차근 성장한 싱어송 라이터

용준형의 작곡 실력이 인정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히트한 양요섭의 '카페인'부터. 지난해 겨울 음원차트 상위권을 오랫동안 지킨 이 곡은 리드미컬하면서도 담백한 음악으로 용준형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했다.
지난 상반기 발표된 비스트의 '섀도우' 앨범은 용준형 특유의 다크한 감성이 빛을 발한 작품. 다소 친근한 이미지의 보이그룹이었던 비스트는 이 곡을 통해 어둡고 상처받은 듯한 남자의 모습으로 여심을 자극했다. 수록곡 모두 작곡에 참여한 용준형은 비스트를 자체 프로듀싱 그룹 반열에 올려놓았는데, 그러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이돌 작곡의 편견을 보기좋게 날렸다. 이 앨범에서는 선공개곡 '괜찮겠니'와 '아임쏘리'까지도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다.
외부 작업에서도 그의 음악은 통했다. 소속사 후배 가수 신지훈에게 준 '라잇 데어(Right there)'도 차트에서 선전한 것.
자신의 음악 파트너 김태주와 또 호흡을 맞춘 자신의 신곡 '플라워'는 한층 더 기괴하고, 음산하고, 그래서 분위기 있다. 일렉피아노의 슬픈 분위기에 색소폰의 섹시한 느낌, 나른한 랩과 몽환적인 멜로디가 매우 독특한 다크 힙합을 탄생시켰다. 용준형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가 짠 콘셉트 안에서 모든 영역을 컨트롤하며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 반듯한 아이돌의 기괴한 변신
아이돌 그룹 치고는 반듯한 이미지의 비스트였기에, 이번 그의 솔로곡은 보다 더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랑했던 여자를 꽃에 비유한 ‘시간이 지나가도 넌 여전히 향기로울까, 시간이 지나도 몸에 짙게 밴 향기가 남아’ 등의 가사는 음산하게 들리고, 각종 기괴하고 엽기적인 장면이 이어지는 뮤직비디오도 흔한 정서는 아니다.
한번에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보다는 노래 전체에 깔리는 어둡고 진한 감성이 주를 이루는 곡으로, 그의 기존 곡 '카페인'이나 '괜찮겠니'보다는 실험적이기도 하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용준형이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색깔을 확고히 하고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인정 받는 게 우선 목표. 소속사 관계자는 "용준형이 기획에서부터 시작해 노래, 랩, 퍼포먼스,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 음반 제작의 거의 모든 단계에 참여, 뮤지션 용준형을 대중에게 직접 확실히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가요 비수기로 꼽히는 연말의 이례적인 컴백이라는 점은 우려할만한 지점일 수 있다. 각종 특집 등으로 가요프로그램 방송이 많지 않은 상태. 그러나 12월 발표곡이 겨울 내내 롱런하는 경우도 많아 용준형의 성적표에 큰 관심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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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