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사랑받는 경우가 또 있을까.
12일 종영을 앞둔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이 오글오글한 로코의 정석을 보여주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연기력이 바로 들통날 수 있는 낯선 대사들을 자연스럽게 처리한 배우들 역시 드라마의 인기에 따라 주가가 치솟았다. 아직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배우들은 모두 '인기 상속자들'로 해피엔딩을 맞은 셈이 됐다.
인기 상속의 중심에 선 배우는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등이다. 제국그룹 상속자 김탄(이민호 분)이 가난 상속자 차은상(박신혜 분)과 힘겹게 끌고 온 러브스토리가 '상속자들'의 주 내용. 여기에 곁들여진 호텔제우스 상속자 최영도(김우빈 분)의 짝사랑은 달콤하기만한 로코에 애절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안방극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런 경우, 비난의 화살은 여자 주인공에게 쏟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어장관리'에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던 것. 은상은 달랐다. 처음부터 영도와 선을 그었고, 탄에게 마음을 줬다. 애교를 부리고, 사랑을 고백하는 상대는 탄뿐이었다. 호감인 여자 주인공, 모자랄 것 없는 두 반항아들의 매력 발산에 힘입어 '상속자들'은 최고 시청률이 25%에 근접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강민혁, 크리스탈, 박형식 등 연기돌들의 감초 연기도 재미를 높이는데 한몫 했다. 강민혁과 크리스탈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이보다 더 귀여울 수는 없다'는 자신감을 마구 풍겨냈다. 극중 윤찬영(강민혁 분)만 보면 눈빛이 하트로 변하는 이보나(크리스탈 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염장질'로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자극했다. 경제적 차이로 만들어진 신분 차를 극복하고 순수하게 찬영을 좋아한 보나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질투심의 소유자로 진화한 찬영의 하모니는 짜릿했다.
박형식은 '상속자들' 김은숙 작가가 선물한 '데헷'으로 국민적인 귀염둥이가 됐다. 모든 캐릭터가 울고불고 사랑 때문에 아파할 때도 유유자적하며 클럽 전단지를 들여다보는 여유로 극 분위기를 '업' 시켰다. 예능 프로그램 MBC '일밤 - 진짜 사나이'를 통해 정상급 예능스타가 된 박형식은 '상속자들'을 통해 배우에 한걸음 다가간 인상을 줬다. 방방 뜨는 캐릭터가 알고보면 우는 연기보다 힘들다는 관계자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박형식은 '상속자들' 분위기 메이커로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슬픈 사랑의 주인공들 최진혁, 임주은, 강하늘, 김지원도 '앓이'를 양산한 주인공이 됐다. 최진혁과 임주은은 각각 제국그룹 상속자 김원, 제국그룹의 장학금을 받고 자란 가난상속자 전현주로 분했다. 어찌보면 1세대 김탄-차은상인 셈. 아버지 김남윤(정동환 분)으로 인해 힘든 사랑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 덕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최진혁과 임주은은 서로를 바라볼 때 강하늘은 이들의 주변을 맴돌았다.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암울한 내면을 가졌지만 현주 앞에서만큼은 개구쟁이가 되는 캐릭터 이효신으로 남성미를 드러냈다. 김지원도 극중 효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유라헬로 악녀 이미지를 그렸다. 약혼자인 탄이 은상에게 마음이 기울자 사랑에 대한 배신감에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모두의 지탄 속에 마음을 거둬야했던 인물로 동정표를 받았다.
한편 지난 11일 방송된 '상속자들' 19회는 자체 최고시청률인 24.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집계)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격차로 수목극 1위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회만을 남겨 놓은 '상속자들'이 또다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부분. '상속자들' 20회는 12일 오후 10시에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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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