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24, 오리온스)가 방황하고 있다. 2011년 프로데뷔 후 3년 차. 한창 가장 기량이 만개해야 할 시기에 정체되고 있다.
고양 오리온스는 1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홈팀 LG와의 3라운드 대결에서 연장전까지 접전을 펼쳤지만 75-80으로 패했다. 최진수는 지난 11월 20일 SK전 이후 7경기 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하지만 중요한 4쿼터 막판과 연장전에서 뛰는 최진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날 최진수는 9분 22초를 뛰며 4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 1턴오버, 1파울을 범한 것이 활약의 전부였다.
올 시즌 최진수는 평균 19분을 뛰면서 6.2점에 그치고 있다. 데뷔시즌 14.4점, 2년 차 11.9점을 넣었던 그다. 아무리 어깨부상 후유증이 있다지만 이렇게 하루아침에 성적이 곤두박질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선수 최초로 미국대학농구(NCAA) 디비전1에서 활약했던 최진수는 소위 ‘자신감 빼면 시체’였다. 하지만 요즘은 유독 코트에서 풀이 죽은 모습이다. 왜일까.

오리온스는 최근 김승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새벽 운동을 거르지 않으며 14kg을 감량한 김승원은 '똥배'를 '초콜릿복근'으로 만들었다. 외국선수와도 자신 있게 몸싸움을 한다. 높이가 부족한 오리온스에서 평균 4.3점, 3.6리바운드를 해주는 김승원은 수비에서 큰 보탬이 된다.
하지만 김승원이 살아나면서 최진수가 죽은 점은 아쉽다. 김승원과 최진수는 4번 포지션에서 교대로 출전하고 있다. 3번 자리에 부동의 포워드 김동욱이 버티고 있기 때문. 3~4번을 두루 볼 수 있는 최진수를 팀 사정상 4번에만 묶어두는 것은 손해다. 김승원과 최진수는 쓰임새와 스타일이 판이하다. 상대 3번이 단신이면 최진수를 넣어 얼마든지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진수와 김승원이 동시에 뛰는 기용은 볼 수 없는 형편.
LG전 연장전을 돌이켜보자. 김종규가 퇴장당한 LG는 김시래-양우섭-김영환-문태종-크리스 메시가 뛰었고 오리온스는 이현민-전태풍-김동욱-김승원-리온 윌리엄스가 맞섰다. 김승원이 문태종을 막는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김승원의 기동력으로 문태종을 따라붙기는 무리다. 김승원은 결정적 순간 스크린에 걸려 문태종을 프리로 놔주는 실수를 범했다. 골 밑으로 돌진한 문태종은 리온 윌리엄스의 5반칙을 이끌어냈다. 또 김승원이 외곽에 서면 높이의 이점을 살리기도 어려웠다.
연장전에서 김승원은 결정적인 순간 약점을 노출했다. 경기종료 1분 9초를 남기고 75-75 동점. 돌파하던 이현민이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외곽의 김승원에게 공을 줬다. 전문슈터가 아닌 김승원이 시간에 쫓겨 던진 슛은 림도 맞추지 못했다.
종료 23.4초 전 오리온스가 1점 뒤진 상황. 드리블하던 전태풍은 45도 외곽의 김승원에게 노마크 3점 슛 기회를 열어줬다. 하지만 3점슛에 자신이 없는 김승원은 슈팅을 미뤘고 공을 다시 전태풍에게 줬다. 전태풍은 제대로 슛도 던져보지 못하고 24초 제한시간을 넘겼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는 끝났다.

결과론이지만 김승원 대신 최진수가 뛰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3점 슛은 던져봤을 것이다. 같은 장면을 두고 신기성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승원이 리바운드나 수비가 좋지만, 수비에서 문태종을 막아야 하니 미스매치가 나온다. 최진수로 바꿔주는 것이 어땠을까. 공격에서도 최진수는 이런 상황에서 슛을 시도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물론 선수기용과 전술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외부인이 관여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승패의 책임도 고스란히 감독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최진수의 적은 출전시간은 오리온스 일부 동료들도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32세인 김동욱은 평균 32분 이상을 뛰고 있다. 후보로 김종범이 뛴다. 여기에 내년 1월 상무에서 허일영이 돌아오면 3번 포지션은 포화가 된다. 앞으로 최진수가 3번으로 뛸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30대 초중반인 김동욱과 전태풍(33)은 노장이다. 앞으로 최진수는 오리온스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커야 하는 재목이다. 이런 최진수의 내림세는 길게 봤을 때 오리온스에 치명적이다.
최진수는 “나는 수비도 못하고 리바운드도 못한다”면서 잔뜩 풀이 죽어 있다. 물론 최진수 본인이 극복해야 될 문제다. 하지만 최진수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키지 못하는 활용법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오리온스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서려면 ‘최진수 기 살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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