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의 명예를 위해 양현종(KIA)이 등판을 자처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등판 때문에 준비는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의 오른손은 투수 글러브 대신 포수 미트가 보호하고 있었다.
양현종은 12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대한야구협회·스포츠동아·유스트림 공동주최 ‘2013 야구대제전’ 결승전에 등판했다. 광주동성고 졸업생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양현종은 성남고와의 결승전에서 6회 2사 상황서 마운드에 올랐다.
상황은 급박했다. 1회부터 3회까지 1점씩을 뽑아내며 3-0으로 앞서 갔던 동성고는 5회 1점, 6회 2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이벤트와 거리가 멀었던 이번 대회를 생각하면 자칫 경기 분위기와 우승 깃발을 성남고에 내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양상에서 동성고 벤치는 양현종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사실 등판 계획은 없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준결승전까지는 등판을 하지 않았던 양현종이었다. 준결승까지는 불펜에서 포수 미트를 끼고 도우미 몫을 자처했다. 마운드에 오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글러브 또한 준비하지 않았던 양현종이었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모교의 사정을 가만히 앉아 볼 수만은 없었다. 이에 양현종은 임시방편으로 포수 미트를 끼고 마운드에 오르는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투수 글러브에 비하면 너무 묵직해 보였다.
다행히 양현종은 상대 성남고 벤치로부터 왼손투수용 글러브를 제공받아 정상적으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이날 성남고 선발로 나선 좌완 정대현(두산)의 글러브였다. 그런 양현종은 경기 후 다소 부담스러워했다. "사실 이런 장면이 나와서는 안 된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대와 야구에 대한 예의가 아닌, 장난으로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됐건 모교를 위한 투혼이었고 이 사정을 잘 아는 성남고 측에서도 너그럽게 넘어갔다.
하지만 성남고가 호의만 베풀지 않았다. 양현종이 경기장 밖 차림으로 스포츠고글을 끼고 등판하자 성남고 벤치는 타임을 걸어 양현종이 스포츠고글을 빼줄 것을 요청했다. 타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양현종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일반 안경으로 바꿔 끼어야 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성남고의 은근한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고교 재학 시절 준우승만 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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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